[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찬반 입장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의협 임시회관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 무엇이 환자를 위한 진실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술실에서 환자 동의 하에 CCTV 촬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의료계는 진료권 위축 및 개인정보 침해 등의 이유로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례”라며 “미국 1개 주에서 논의 중이기는 하지만 법안통과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수술실 CCTV 의무화는 환자 비밀 유지의 문제와 함께 불필요한 감시사회와 자율 발달 저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입실, 퇴실, 청소 준비 등 수술실 운용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을 고려해 정책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 소장은 “일부 의사의 비윤리적인 사건과 사고로 위협이 증폭됐다”며 “그러나, 이러한 비윤리적 문제는 면허자율기구 등의 대안제시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환자 비밀 누설과 전파의 위험이 있으며 의료과오 방지 효과가 미미하고 불필요한 재원이 쓰인다”며 “나아가 수술실 업무 효율성을 방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을 최소화하면서도 수술실 CCTV 설치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영현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부대표는 “수술실 CCTV 의무화에 따른 논란 중에서는 진료위축, 방어수술 조장 등이 있다”며 “그런데 경기도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된 수술실 CCTV를 보면 원거리에서 촬영해 세밀한 수술행위나 의료진의 상세한 모습이 노출되지 않아 방어수술이 조장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고 말했다.
서 부대표는 “기본권 침해 문제는 사실 환자가 제일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도 개별적으로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촬영이 가능하므로 환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병원 운영자와 직업수행의 자유, 의료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문제는 여러 가지 조치를 마련한다면 최소화할 수 있다. 때문에 CCTV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보다 공익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유출의 문제에 대해서도 서 부대표는 “영상정보가 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 전송되는 네트워크 카메라의 경우 해킹 및 유출의 위험성이 크다”며 “수술실에 처리하는 영상정보처리기를 CCTV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기 전에 다양한 대안을 시도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희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인의 자율적인 전문성에 의존해 높은 의료수준을 지탱해왔다”며 “이를 전면적으로 변경하는 방법을 택하기 전에 여러 대안이 되는 수단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료인들 스스로 불법행위를 효율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며 “또한, 다른 방식의 녹화를 통해 의료인들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위험행위를 인지하고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