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보건복지위) 청문회가 결국 ‘파행’됐다.
정호영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의대편입과 병역 등 관련 의혹이 새 국면을 맞으면서다. 2017년과 2018년 자기소개서 내용이 동일함에도 점수가 40점 높아졌다는 점, MRI 해석상 4급 보충역 판단 주체, 정 후보자의 잘못된 해명, 불성실한 자료제출, 정 후보자 답변 태도 등이 점철된 결과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퇴장했고, 이에 따라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단, 국무총리와 달리 장관의 경우 국회 동의가 필수는 아니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6시 57분께 집단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만류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퇴장했고, 결국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은 오후 7시 30분께 정회를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 도화선이 된 것은 정 후보자 아들 병역과 관련된 MRI 해석상 4급 보충역 판단 주체와 2017년과 2018년 오탈자까지 동일한 자기소개서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점수가 1년 만에 40점 높아졌다는 점 등 때문이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 아들의) 4급 판정에 배려있지 않느냐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많은 20대 남성들이 허리디스크로 군대를 빼기 위해 노력하지만, 추간판탈출증이 있더라도 진료기록이 없다면 왜 없느냐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청문회 파행 이후에는 “MRI CD가 있는데 상태가 이미지 파일이라 본인 확인이 필요하고, 2022년 세브란스병원 CD와 매칭을 해야 한다”며 “병무청 출신 의사 소견도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2017년과 2018년 자기소개서가 오탈자까지 같음에도 불구하고, 정 후보자 자녀의 점수가 1년 만에 40점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짚었다.
고 의원은 “(정 후보자 자녀가) 2017년과 2018년 자기소개서 점수 차이가 40점”이라며 “자기소개서가 다른지 봤는데 오탈자도 같고, 단 한글자도 다르지 않게 동일하게 적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동일한 서류가 40점이 다른 데에는 특혜 아니면 설명이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성주 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은 “2017년과 2018년 내용이 같은데 40점이 차이가 났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지금까지 자료 제출을 안 하고 기피한 것은 이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운 것 아닌가. 청문회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자리를 떴다.
정 후보자는 병역과 관련해 “4급에 해당한다고 말 한 건 제가 아니다. 병무청 판단”이라고 항변했으나 여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했다.
사실과 다른 ‘구술 만점’ 해명, 더 큰 반발 부른 ‘정정’ 발언
정 후보자 딸의 의대편입 구술평가 의혹과 관련한 청문회 준비단의 해명이 사실과 달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청문회 준비단은 동일한 면접 위원이 정 후보자의 딸 뿐만 아니라 다른 면접자에게도 만점을 줬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실상은 정 후보자에 만점을 준 위원과 타 면접자에게 만점을 준 위원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 의원은 “(정 후보자가) 동일한 위원이 다른 학생에게도 만점을 줬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딸 말고 다른 학생에게 만점을 준 사실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사실관계를 확인 후 말씀 드리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으나, 이내 “말씀하신 평가위원은 (딸을 평가한 위원과 동일인이 아니다. 제가 동일인이라고 한 것을 정정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 후보자 발언은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라”, “정정할 것이라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등 후폭풍이 몰아쳤다.
이외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오전부터 이어진 불성실한 자료제출과 정 후보자 답변 태도도 문제 삼았다. 특히 김 의원은 “정 후보자가 여성 의원들이 질문하면 태도가 바뀐다”며 “정 후보자가 오래 전 칼럼에 썼던 여성관이 청문회장에서도 드러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 단체 퇴장 후 여야 장외 설전
민주당 의원들이 단체로 퇴장하면서 여야 간 장외설전이 이어졌다. 물론 정 후보자 장관 임명을 위해 국회의 합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는 요원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야당 보건복지위 간사)은 “정 후보자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혹 제기 하는 부분이 맞지 않아서 퇴장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크게 위증하거나 허위로 제출한 내용이 전혀 없다”고 엄호했다.
같은 당 이용호 의원도 “(민주당이) 퇴장하면서 문제 삼은 것을 의도적 조작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마지막까지 청문회를 마무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으니 보고서 채택을 하든 안 하든 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파행시키고 퇴장하는 것은 국민과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을 보탰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청문회를 하면서 자료 미제출, 불량한 답변 등의 태도로 밝혀낼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며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밝혀지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청문회를 중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