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주요 대학병원들이 회계 꼼수를 통해 법인세를 내지 않고, 연구과제로 인한 수익도 대학 산단으로 돌리는 방법으로 이익 자체를 축소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법인세를 내지 않은 병원들의 경우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처리해 과세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전국 76개 대학병원 및 대학협력병원의 회계자료’에 따르면 주요 대학병원들은 최근 3년 간 약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는 한푼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인세 차감 전(前)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처리해 과세 대상에 제외시켜 가능했는데, 조세특례제한법 제74조 1항에 따라 비영리법인의 경우 건물·토지·의료기기 등 고정자산 취득을 목적으로 순이익의 100%까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적립할 수 있다.
고 의원에 따르면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최근 3년 동안 3084억원의 법인세 차감 전에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보다 많은 3736억원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설정했다. 서울아산병원도 195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으나 1640억원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처리했는데, 양 병원이 납부한 법인세는 모두 ‘0원’이다.
단 서울아산병원은 "병원은 아산사회복지재단 산하 병원으로, 세금을 내는 법적 주체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이라며 "아산사회복지재단은 2018년 157억원, 2017년 128억원, 2016년 167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고, 해당 법인세는 당해 연도에 발생한 이익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76개 대학병원들이 최근 3년간 낸 법인세는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의 평균 1.4%에 불과했다.
고 의원은 “대형병원에 대해 수백억 원대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있음에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 사용 내역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깜깜이 회계보고 관련 법령의 개선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요 대학병원들이 수탁한 연구과제로 인한 수익을 대학 산학협력단으로 돌리고 있는 점도 거론됐다. 수탁 연구과제란 정부·기업 등으로부터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품 개발을 위해 연구를 위탁 받아 수행하는 것인데, 이익률은 10% 남짓이다.
하지만 대학병원들이 연구과제 수익을 대학산단 회계로 별도 처리해 수익을 축소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기준 국립대 및 사립대병원 76곳 중 51곳은 수탁연구이익인 0원으로 처리돼 있었다.
정부로부터 직접 연구용역과제를 위탁 받으면서도, 대학 산단으로 처리하는 관행이 상당한 것으로 공개됐다.
지난해 국가연구용역과제 현황에 따르면 수탁연구과제 수익이 0원인 대학병원들이 총 412건의 과제를 위탁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30건은 보건복지부의 위탁과제였고, 액수로는 525억원에 달한다.
고 의원은 “대학병원들은 낮은 수가로 병원 경영이 어렵다고 하지만 현행 제도상 잘못된 기준 산정으로 이익을 얻고 있거나 고의적인 회계상 편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을 수 있다”며 “법이 만들어 놓은 제도적 분식회계 아래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