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결국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원격의료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을 강행할 경우 파업 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 응답자의 85%가 투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저조한 투표율로 대표성이 부족하고, 대의원회 의결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한의사협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14일 오전 9시부터 21일 오후 2시까지 수행됐고, 전체 응답자는 2만6809명이었다. 표준편차는 ±1.19였다.
의협이 4대 악(惡)으로 규정한 정부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야 새로울 것은 아니지만, 설문조사 결과 총파업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았다.
우선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해 전면투쟁 선언 및 집단행동 돌입(46.2%)·단계별 투쟁(29.4%)·의협의 결정에 따른 행동(23%) 등이었고, 정부와 대화(5%)도 있었다.
‘의료 4대악 정책 철폐를 위한 투쟁에 참여하겠느냐’는 문항에는 참여(85.3%)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투쟁 참여 이유’로는 정부의 일방 추진에 대한 저항(38.6%)·의사 책무(27.7%)·의료환경 조성(25.7%) 등이었고, 의료기관 운영 또는 생계 미칠 악영향(8%)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최대집 회장은 “첩약급여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등 의료 4대악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설문결과는 의협이 강력한 투쟁에 나서라는 회원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말했다.
향후 투쟁계획에 대한 로드맵도 내놨다.
최대집 회장은 “상임이사회에서 대의원회에 4대악 의료정책 저지 투쟁과 관련된 대의원 총회 의결사항을 요청했다”며 “일주일 이내에 서면 결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대의원 총회가 최고 의결기구인 만큼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이 있을 것”이라며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1·2·3·4차 총파업 등으로 여러 차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대집 회장은 “대의원 총회 의결까지 완료되면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할 것”이라며 “정부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설문조사 방식이 지적되기도 했다. 설문조사 문항이 ‘매우 부정적’ ‘대체로 부정적’ ‘약간 부정적’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음’ 등으로 공정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4대악 정책에 대한 인식은 같을 것이고, 투쟁 방법론을 묻기 위함이었다”고 짧게 답했다.
전체 의사 중 약 23% 참여, 대표성 논란 불가피
의협은 앞서 과거 설문조사보다 응답 비율이 높다며 대표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앞선 사례와 직접 비교는 불가하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지난 2014년 3월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계획 응답자 1만1082명, 같은 해 8월 원격의료 시범사업 관련 응답자 6357명, 지난해 대정부 투쟁 의사 관련 응답자 2만1896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참여”라며 “본 사안의 중대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고위 관계자는 “참여율 자체만으로 동력이 떨어진 것”이라며 “현재의 열기나 조직력으로는 총파업 결행이 힘들다. 늦었지만 조직을 점검하고, 지역별 규탄대회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의협 회장 재선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차기 회장 출마를 위해 4대악 투쟁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다는 주장은 억측이다. 대단히 잘못 됐다”며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