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쏠림 막는다'…이공계 석박사 인건비 개선 추진
박사후 연구원 '법적 지위' 보장…"근본 대책 안된다" 비판도
2023.05.27 07:10 댓글쓰기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정부가 박사후 연구원(포닥)을 관련법에 명문화해 법적 지위를 보장한다. 이공계 석·박사생이 일정 수준 이상 인건비를 받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인재 양성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이공분야 인재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 이공계 연구과제서 석·박사생 최소 인건비 보장 추진


정부는 우선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대학 구성원에 교원, 행정직원에 더해 박사후 연구원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박사후 연구원이 관련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국방 의무를 수행하면서도 지속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장교 신분으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연구하는 과학기술전문사관 규모는 올해 25명에서 2026년 50명으로 늘리고, 지원 대상도 현재 학부생에서 석사 학위생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공계 석·박사생 인건비 제도와 장학제도도 손질한다. 정부는 대학원생이 연구과제를 수행할 때 일정 비율 이상 인건비를 받을 수 있도록 사업 개편을 추진하고, 집단 연구비의 일정 비율을 학생 인건비로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에서 학생 인건비를 상향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대학원 대통령과학장학금도 도입해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국가장학금 지원 사업도 확대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보상 체계도 정비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술·연구 능력을 보유한 이공계 인재의 창업을 지원하는 대책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외국 이공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정부초청장학생(GKS) 첨단분야 R&D 트랙을 확대하고, 외국 인재의 국내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기술창업 비자(D-8-4)의 창업 초기 체류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청소년 이공 분야 인재를 길러내는 영재학교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성과 평가제를 도입해 우수학교로 평가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교육청별로 과학고를 '자율학교'로 지정해 일부 과목의 편성 학점을 감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탄력적인 교육과정 편성 여건을 제공한다.


정부는 또 퇴직연구자의 지속적인 경력 개발을 위해 중소·중견 기업 재취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여성과기인법'을 개정해 여성 연구자의 돌봄을 지원하거나 보직 목표제를 도입하는 등 여성 연구자의 경력 개발 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 이공계 포닥 연봉 4천만원대 불과…SKY대 이공계서 1,300여명 자퇴


 정부가 석·박사생 인건비 제도를 손보는 것은 이공계 석·박사생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부족하고, 연구자 노력에 대한 보상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박사후 연구원의 평균 세전 연 소득(2020년 8월 기준)은 자연 계열의 경우 4천391만원, 공학 계열 4천389만원에 그쳤다.


비슷한 기간 공부하는 의사의 경우 초봉이 억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공계 석·박사의 열악한 처우 때문에 의대 쏠림이 가속하고 이공계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이공계 인재 유출도 심화하고 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이공계 자퇴생은 2020년 723명에서 2021년 973명, 지난해 1천302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계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의대로 진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연구소, 대학 교원 등으로 취업하지 않고 연구를 지속하는 경우 지원이 부족해 안정적으로 연구를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 역시 문제로 꼽힌다.


교육부 관계자는 "박사후 연구원은 독립 연구자로서 처음 출발하시는 분들인데, 연봉이 사회적으로 훌륭한 수준이라고 보긴 힘들다"며 "지원 제도를 만들기 위해 (인건비) 실태 조사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대 쏠림을 막기엔 이 같은 대책으로 불충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은 "단기적으로 월급을 좀 올려주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아니다"라며 "이공계 인재들이 가장 힘든 게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 산업수요와 매칭한 이공계 인재 양성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공계 병역 특례 역시 중요하다"며 "이공계 병역특례 기관도 지금은 중소기업만 가능한데, 대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날 녹색산업 인재 양성 방안인 '에코업 인재 양성방안'과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에너지 인력양성 중장기 전략'도 발표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녹색 인재 8만명을 추가 양성하기 위해 특성화대학원(고급), 특성화고(초급)는 기업 수요에 따라 분야를 확대하고, 선도·혁신 융합대학(중급)을 신규 지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2030년까지 에너지 전문 인력 2만명을 육성하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효율, 수소 등 14대 유망분야 118개 과제에 대한 원천기술·융합·산업인력 양성 로드맵을 마련해 7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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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국민 05.29 11:28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음...갠적인 생각은 10년전쯤에 개선되어야할 사항임..터진 봇물은 물이 다 빠져나갈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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