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서울대가 계약학과로 '융합치의학과'를 새로 만들고 치의학 분야 산학협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계약학과는 산업체와 교육기관이 상호 협약을 맺고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전문교육을 제공하는 학과 제도다.
2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 평의원회는 최근 '계약학과 융합치의학과 신설안'을 통과시켰다. 치의학대학원의 석·박사 과정으로 운영되는 이 학과는 내년 9월 문을 연다.
협약 기관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 오스템임플란트, 메가젠임플란트, 바텍 등 4곳이다. 이들 기관에서 2년 이상 재직해야 학위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은 경쟁이 치열해진 국제 치과의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관련 산업체와 대학 간 지식 공유가 필요해졌다는 점을 학과 신설의 이유로 꼽는다.
또 4차 산업 혁명에 따라 새로운 치의학 지식이 생겨나고, 임상 현장에서도 첨단·디지털 의료기기의 사용이 늘면서 재교육 요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박영석 치의학대학원 부원장은 "국내 의료기기 수출에 있어서 치과 의료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며 "산업 현장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분들과 학교에서 연구하는 분들을 연결하려는 산학협력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산학협력을 통해 학교 측에서는 잘 알지 못하던 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고, 기업은 장기적인 연구 인력을 얻을 수 있다"며 "치과의사 양성과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융합치의학과 신설로 서울대의 계약학과는 총 9개로 늘었다. 이들은 모두 대학원 석·박사 과정으로, 학부에 설치된 계약학과는 없다.
서울대는 2019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협력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채용조건형으로 학부 과정에 신설하려 했으나 '학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당시 서울대 학칙은 계약학과를 대학원이나 6년제 학사과정의 학과·부에 재교육형으로만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서울대는 지난해 4월 관련 학칙을 일부 개정해 '산업체 등이 채용을 조건으로 학자금 지원 계약을 체결하고, 특별한 교육 과정의 운영을 요구하는 경우'를 계약학과 설치 조건으로 추가하면서 채용조건형 학과 신설이 가능해지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대학처럼 서울대에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가 생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울대 관계자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설치하는 경우 특정 기업의 입맛에 맞는 교육과정을 요구받는 등의 이유로 교육이 변질할 우려가 있다는 학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계약학과 정원은 재학생 수의 20%로 제한돼 있어 학과를 무한정 만들 수도 없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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