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사 증원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2025년 입시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대해 의료계가 뒤통수를 맞았다며 격분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등 의사 증원에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면, 의료계 역시 다시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향후 '강(强) 대 강(强)'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의대 증원 필요성에 대해 질의하자 "의대 증원 규모는 300~1000명 정도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절대적인 의사 수도 부족하지만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지역의료 인프라 붕괴와 지역 의대 설립 문제를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혀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릴 것임을 시사했다.
조 장관의 이 같은 발언으로 의료계는 코로나19 기간 희생한 대가로 얻은 것은 결국 '의대 정원 확대'라며 성토했다.
게다가 현재 발생한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백 문제를 풀기 위해 10년 뒤 인력을 공급하는 방식만이 능사라고 주장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의대 쏠림현상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의사를 1천명이고 1만명이고 추가로 양성해도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저수가에 의료사고 배상금은 치솟아 필수의료를 할 수 없어 떠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계획대로 의사가 배출될 시점에 산부인과, 소아과 등은 이미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며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기술 발전이 급속한 시점에 의사 1000명이 추가된다면 의사 공급과잉이 다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방의대를 만들어 10년 정도 지방에서 근무하도록 한다고 하는 계획은 비현실적"이라며 "제 고향이 전남 장흥인데, 분만할 환자가 없어 병원이 문을 닫았다. 의무 근무 기간이 끝나고 계속 상주할 것이란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은 비관적인 현실만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도 "비전문가들이 모여 정치적 윤리에 입각해 비정상적인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솔직히 지방 사람들이 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보다 양질의 진료를 받겠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국회와 정부는 부실할 수 밖에 없는 의대 신설, 의대 정원 증원으로 양적 재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부연했다.
임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발전을 이끈 주역들은 이공계 출신이 많다"며 "그런데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 의대 쏠림현상을 조장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가야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질타했다.
이처럼 의사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의사협회도 현안 대응에 분주한 분위기다.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이필수 집행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또 다시 탄핵 위기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이연 의사협회 대변인은 "냉정하게 현실을 봐야 하는데, 국회와 정부가 오히려 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며 "이 문제의 핵심은 의사 수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지원하지 않는 의료환경 개선"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도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고 도입하더니 부작용을 보고해도 정부는 '나몰라라'하며 의사들에게 되레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상호 존중과 대화가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간다"고 부연했다.
김 대변인은 "수차례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 해법이 의대 정원 확대가 아니라고 설득해도 정부가 강행한다면 의료계도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강경 투쟁 모드로 전환해 대한민국 의료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전문가 단체로서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