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DRG)에 해당하는 항문수술 이전에 진행한 내시경 검사와 관련해 별도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의사에 대한 업무정지 및 요양급여 환수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는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업무정지 처분 등에 대한 취소를 요구하는 의사 A씨 청구를 기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4월경 울산 남구에서 A씨가 운영하는 의원이 항문수술 1일전 결장경 검사 등의 청구건수가 높아 부당청구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급여비용 청구 현황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복지부는 조사결과, A씨가 운영하는 의원이 1억2359만원 가량의 급여비용을 속임수 등으로 부당하게 청구했다고 판단하고 76일 동안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치핵근치술을 실시하면서 같은 날 직장경 검사 등을 실시하고 질병군(DRG) 수가를 청구했음에도 실제 내원하지 않은 날에 검사 등을 실시한 것으로 별도의 행위별 수가를 청구해 요양급여비용 1억2104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씨는 실제 내원하지 않아 진료한 사실이 없음에도 내원해 진료한 것으로 진료기록부에 기록하고 약 255만원의 진찰료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가 밝혀지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요양급여비용 1억2359만원을 환수 처분했다.
의사 “포괄수가제, 과도한 의사 직업 수행 자유 및 재산권 침해 위헌” 주장
A씨는 항문수술 이전에 진행한 직장경 검사에 대해 별도로 요양급여를 청구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법령의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무정지처분 등에 대한 취소를 청구했다.
A씨는 “항문수술 당시 진행한 직장경 검사 비용 청구가 불가능하다는 법적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며 “포괄수가는 입퇴원 당일에 발생한 행위, 약제 및 치료재료 등을 포함하는데 입원료 등을 산정하는 1일은 정오 12시부터 그 다음 날 12시까지이므로 오전에 검사를 진행하고 정오 이후에 입원해 항문수술을 진행한 경우 별도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한 포괄수가제 의사의 직업 수행 자유 및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고 이에 기반한 업무정지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포괄수가제 도입 목적 등을 고려했을 때 A씨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건강보호법 시행령을 통해 포괄수가가 적용되는 질병군을 고시하고 있다”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항문수술은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외과 수술 중 하나로 원고가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한 수술 전(前) 검사료 등은 하나의 포괄적인 행위에서 제외되는 항목이 아니므로 따로 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포괄수가제가 의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 및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원고 주장 역시 이유없다고 결론졌다.
재판부는 “포괄수가제는 행위별수가제가 안고 있던 과잉진료와 과다한 진료비용 지출을 해소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적정한 건강보험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소진료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 등의 우려가 있지만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비용 감소를 위해 노력해 과잉진료를 억제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인해 의사가 최신 의료기술 및 신약을 자류옵게 사용하지 못하게 됐더라도 이러한 불이익이 공익에 비해 더 크다고 단정할 수 없디 때문에 직업 수행 자유와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