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민·이슬비 기자/ 기획 상] 병원계에 ‘스세권(스타벅스 생활권)’ 바람이 거세다. 스세권은 전철역과 가까운 역세권에서 파생한 신조어로 인근에 스타벅스가 위치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위치를 뜻한다. 스타벅스를 선호하는 젊은층 유입으로 주변 건물들 역시 덩달아 활기를 띠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유동인구 증가 차원이 아닌 사회적 인식 척도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건물가치 상승 뿐 아니라 유동인구가 늘면서 상권이 살아나고 부동산 시세까지 들썩거리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역시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 새로운 점포를 입점할 때 입지 상태 및 환경, 인구 규모, 수익성, 홍보성 등을 꼼꼼히 따진 뒤 가불가(可不可)를 결정한다. 이렇다 보니 병원에도 스타벅스 입점 여부가 소위 '자랑거리' 요인이 되고 있다. 까다로운 스타벅스가 선택한 병원이라는 자부심의 발로다. 데일리메디가 국내 대형병원들의 스타벅스 입점 현황과 의료계가 선호하는 프렌차이즈 카페 흐름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데일리메디가 전국 대학병원 70여곳을 조사한 결과 총 13개 병원에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었다. 이 중 9곳은 수도권으로, 지방에 스타벅스가 들어선 병원은 단 4곳 뿐이었다.
고대안암병원은 올해 7월 새로운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다. 기존에도 스타벅스가 있었지만 다른 커피전문점으로 대체됐고, 지하철역과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 신설과 함께 재입점했다.
인천성모병원 또한 올해 1월 뇌병원 1층에 스타벅스가 오픈했다. 이용객이 많을 것을 고려해 기존 편의점과 카페 등으로 활용하던 부지 3곳을 통합해 스타벅스를 입점시켰다.
인천의 또 다른 터줏대감인 가천대길병원은 5년 전 스타벅스가 입점해있던 주변 건물을 사들이며 스타벅스 보유 병원이 됐다. 현재 인공지능병원 1층에서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동국대일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대치과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이 원내 스타벅스를 보유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계명대동산병원이 지난 2019년부터 본관 1층에서 스타벅스를 운영 중이다. 계명대동산병원 스타벅스는 매출이 대구 지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높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과 병원 직원뿐 아니라 의과대학생 및 간호대학생, 제약사 직원 등이 미팅차 방문하며 늘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이 외에 지난해에만 지방병원 3곳에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2021년 6월 건강증진센터 1층에, 대구가톨릭대병원은 같은 해 7월 MRI 촬영실과 심전도검사실, 외래채혈실 및 각 진료과와 입원 병동이 위치한 ‘스텔라관’에 스타벅스를 열었다.
또한 울산대병원은 지난해 8월 별관동 신축공사를 완공하고 1층에 스타벅스를 개점했다.
환자·보호자 편의공간 ‘긍정적’…수익성 ‘글쎄’
스타벅스를 유치한 병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대부분 “병원 수익성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덤덤해 했지만 직원과 환자·보호자 만족도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타벅스 외 다른 개인카페 등이 입점해 있는 경우 일부 직원 할인혜택이 제공되는 것과 달리 스타벅스는 별도의 할인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 인기는 높다는 전언이다.
인천성모병원 관계자는 “보통 병원 외부에 있는 인근 카페들도 병원 직원 할인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며 “반면 원내 스타벅스는 직원 할인혜택이 별도로 없음에도 장사가 잘 된다”고 말했다.
길병원의 경우 스타벅스와 또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인 투썸플레이스가 입점해 있다.
길병원 관계자는 “직원 할인이 되는 투썸플레이스와 달리 스타벅스는 별도 혜택이 없지만 항상 사람이 많다”며 “공인된 것처럼 느껴지는 브랜드라 자주 이용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하루 수 천여명에 이르는 내원객 수에 비해 공간이 부족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병원들은 크게 만족하는 분위기다.
스타벅스 유치 단계부터 환자 편의를 염두에 두고 매장을 설계한 병원은 고대안암병원이다. 병원 앞 지하철역인 안암역에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스타벅스가 위치해 있다.
고대안암병원 관계자는 “만드는 단계부터 전창으로 설계, 일조량이 많도록 밝은 분위기를 유도했다”며 “정원과도 연결돼 있어 환자분들이 편히 쉬는 공간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스타벅스 입점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지만, 일부 병원은 병원장까지 나설 정도로 스타벅스 유치 의지가 뚜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한 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점포 입점 계약을 위해 병원장이 직접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를 찾아갔다”며 “슈퍼을(乙)이 따로없다”고 전했다.
‘서울대치과·분당서울대’ 등 국립대병원도 유치
공공병원인 국립대병원들은 스타벅스 유치가 특히나 수익성 개선을 위한 행보와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공공기관이다 보니 입찰 과정에서 수익성을 크게 보지 않고 재무 건전성, 서비스의 질 등 여러 기준을 포괄적으로 평가해 유치시켰다는 설명이다.
원내 스타벅스 2개점을 보유한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단순히 특정 브랜드가 선호도가 높으니 유치해야겠다는 기준이 아니라, 공공기관 입찰 가이드라인을 따른 결과였다”고 말했다.
이어 “점포 운영을 잘 해주는지, 서비스 응대가 좋은지, 재무적으로 건전한지, 입찰평가에서 발표 준비를 잘했는지 등을 따져 점수를 총합산해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단순히 인기가 높은 시설을 들여오면 안 된다”며 “문제가 생기면 감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여러 요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치과병원에 들어선 스타벅스는 이익공유형 점포인 ‘커뮤니티 스토어’ 3호점으로 기존 입점된 스타벅스와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이는 지역사회 변화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개발된 스타벅스의 글로벌 사회공헌활동 일환으로, 매장에서 발생한 수익금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앞서 2020년 전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강화한 포괄적 디자인을 적용한 매장으로 오픈한 후 지난해 커뮤니티스토어로 거듭났다.
서울대치과병원점 매장에는 장애인 직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으며 일부 수익금이 저소득층 장애인 치과 수술비로 지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