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의 공급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가 논의되는 등 엔데믹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불거진 위기론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업체들은 특히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계약해지 사태까지 맞닥뜨리면서 연초부터 곤혹을 치르는 분위기다.
휴마시스는 구랍 29일 셀트리온과 체결한 코로나19 항원진단 홈키트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해지된 계약 규모는 919억6730만원으로 2020년 말 연결 매출액 대비 201.16% 규모다.
휴마시스는 코로나19 항원진단 홈키트 공급을 성장 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아온 만큼 계약해지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계약은 지난 1월 22일 체결됐다. 총 계약금액은 1억1478만달러(약 1336억원)로 이 중 3752만 2516달러(약 475억원)는 계약 금액대로 이행됐고, 나머지 계약 금액이 해지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양사는 계약해지를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휴마시스 측은 "이번 계약해지는 셀트리온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른 건"이라며 "향후 법적 대응을 비롯해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반면 셀트리온 측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업체 납기 지연에 따른 시장 적기 공급 실패가 발생했다"며 "이후 코로나19 환경 변화 등을 사유로 공급계약 금액을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시기 녹십자엠에스도 러시아 기업인 유지모리플로트에 공급키로 했던 대규모 계약이 해지되는 사태를 맞았다.
같은달 9일 녹십자엠에스는 374억원 규모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이 계약은 2020년 12월 체결됐지만 계약해지까지 이행 실적은 2억 원에 그친다.
회사는 "계약 상대방이 러시아 현지 제품허가 지연과 전쟁 상황으로 계약을 불이행했다"며 "계약기간 2년이 만료돼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에이치씨 역시 260억 규모의 코로나19 진단 레피드키트 공급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해지 금액은 262억3920만원으로 지난 2019년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대비 약 280%에 달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진단키트 시장이 이미 혹한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진단키트 수출액이 7447만달러(976억원)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1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진단키트 수출액은 2020년 4월부터 급증, 2022년 2~3월엔 최고치인 5억8400만 달러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10% 수준인 7400만달러까지 급락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잇단 계약해지로 업체들 옥석가리기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그에 걸맞은 내실화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진단키트 수요 감소에 실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