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과 의료인면허취소법으로 촉발된 파업 사태가 의료계 이슈를 모조리 흡수하며 대한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의 수가협상 분위기까지 대비되게 하고 있다. 말 그대로 격랑의 상황이다.
오는 11일 건강보험공단과 6개 공급자 단체 간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수가협상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같은 날 13개 보건단체가 부분파업을 예고해 분위기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파업 중심인 의협과 공급자 단체의 한 축인 치과계까지 파업 동참을 예고한 반면 한의협은 간호법 통과에 환영을 표하며 일찌감치 협상단 정비를 끝마친 상반된 상황이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공단과 공급자 단체 간 수가협상을 앞두고 간호법 통과 및 대내외 각종 악재로 난항이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가협상은 요양급여비용은 요양기관 종사자들 임금 뿐 아니라 시설 및 장비 재투자 등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로 공급자단체의 모든 역량이 투입되는 연례행사다.
하지만 의협과 한의협은 간호법과 기타 제반 사항에 따라 상반된 행보와 상황을 겪고 있다. 한쪽은 파업, 한편은 지지로 엇갈림은 물론 수가협상을 두고도 잡음 차이도 크다.
먼저 의협은 지난해 수가협상을 맡았던 대한개원의협의회가 협상 권한을 반납하며 일선에서 물러섰다. 협상에 대한 공단의 변하지 않는 자세와 지난해와 비슷한 성과를 거둘 시 비난 여론을 감당키 힘들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잘해도 본전이지만, 협상이 잘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작용한 셈이다.
의협은 2024년도 의원급 의료기관 요양급여비용 산정을 위한 수가협상단장으로 김봉천 부회장을 내정했고 최근 백재욱 위원까지 합류했지만, 투쟁에 따른 집중도는 우려가 크다.
난항을 겪는 의료계와 달리 한의협은 수가협상 출정 준비를 빠르게 끝마쳤다.
한의협 협상단은 안덕근 부회장이 단장이 맡았으며 한창연 보험이사·김민규 보험/의무이사·김주영 보험/약무이사가 참여한다.
한의협은 코로나 이후 의료계에 지급된 손실보전금이 한의계는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요양급여를 통한 최소한의 보전과 보장성 개선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법, 의사면허취소법 등 각종 현안으로 골머리를 앓는 의협과 비교하면 한의협은 출발부터 다소 기분 좋은 분위기다.
수가협상 앞두고 재정위 구성 난항 등 곳곳 암초
최근 공단은 수일 내 운영위 단장 선정과 함께 협상단이 꾸려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관련 소식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이사장 미선출도 악재로 거론되고 있다.
또 공단은 물가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요양급여수가 추가재정소요(밴드)를 크게 책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개했고, 공급자들은 물가인상분 반영을 요구해 협상 전부터 냉각된 분위기다.
지난해 밴드는 1조 848억원·평균인상률 1.98%로 결정됐고 이는 2022년보다 0.11%P 하락은 수준이다. 올해는 새로운 수가모형 도입을 예고했지만, 단체들의 기대는 높지 않다.
특히 올해 수가협상은 밴드를 결정하는 건강보험 재정위 구성과 개선수가 모형 공개도 미뤄져 소위 깜깜이 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외에도 이사장 선출 지연 등도 수가협상에 분위기를 감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의협이 수가협상 거부 분위기가 높아져 상견례에 참석하지 않거나 연기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됐지만, 이는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공단 관계자는 “11일 진행되는 공단과 공급자들 상견례에서 의협 참석 여부는 변동이 없다”며 “이사장 선출과는 큰 상관없이 수가협상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