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70% 진료 축소, 내년 주간병동도 폐쇄"
소청과 전공의 공백 후유증 심각…김지홍 이사장 "전담부서 신설 등 시급"
2023.10.20 05:19 댓글쓰기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아청소년과 실태를 지적하고 있다. 구교윤 기자

"전국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95곳 중 66곳, 비율로 하면 70% 넘게 진료량을 축소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30% 정도가 주간 병동 운영이 어려워질 상황입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이 19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지적한 우리나라 소청과 현주소다.


김지호 이사장은 "소청과 전공의 기피 현상에 주간 진료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며 정부를 향해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김 이사장은 벼랑 끝에 몰린 소청과 현실에 우려감을 표하며 비관적인 전망을 경고했다.


실제 학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청과 전공의 수련 기간이 3년으로 바뀌면서 내년도 4년차 전공의 120여 명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2025년에는 3, 4년차 전공의 100여 명이 졸업하면서 향후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현재 연차별 소청과 전공의는 50여 명 정도다. 전공의를 모두 더해도 전국에 150여 명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교수들이 공백을 메우면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지만 내년에는 전공의가 대폭 줄어들어 전국 수련병원 30% 정도는 주간 병동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소청과 수련병원 71곳 중 19곳은 전공의 '0명'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공백사태 해법 위한 '전향적 지원방안' 절실


전공의 부족 실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사항으로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수련병원 연차별 전공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소청과 수련병원 가운데 약 3분의 1은 전공가 '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가 있어도 1, 2년차 전공의가 없는 곳이 절반 이상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또 올해 소청과 수련병원 71곳 중 1~4년차 전공의가 아무도 없는 병원은 19곳(26.8%)이었다. 이중에는 상급종합병원도 1곳 포함됐다.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 실패하면 소청과 전공의 인원 공백사태가 발생할 병원도 절반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이사장은 "현재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소한의 진료만을 유지하는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풀어가야 한다"고 질타했다.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 '긍정'…전공의 유인책은 '미흡'


학회는 이날 정부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 후속조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흡한 부분도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국가가 소청과 의료체계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두고 있고, 어느 정도 골격은 갖춰져 있지만 현재 문제를 타개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전공의가 유입될 수 있는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소청과 의료 인프라를 정상화하기 위해 재정지원 확대와 획기적인 지방 가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 건강을 위한 컨트롤타워 필요성도 거듭 주문했다.


학회에 따르면 일본은 2018년 '성육의료법'을 제정해 저출산을 포함한 아동과 관련 정책 사령탑인 '아동가정청'을 만들었다.


김한석 기획이사(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장)는 "우리나라도 소아 건강을 위해 '(가칭)어린이건강기본법'을 제정해 아동 건강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 대책에서도 수도권과 똑같은 대안이 나오면 안 된다"라며 "지방에서도 전공의가 유입될 수 있도록 더욱 특별한 보상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지원 정책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복지부 내에 소아청소년 보건정책 전담부서를 반드시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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