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도 의학교육 비정상인데 2000명 늘어나면…
권복규 이대 의대 교수 "정원 확대시 교육시스템 감당 범위로 국한돼야" 지적
2024.04.20 05:19 댓글쓰기

"여러가지 이유로 의과대학 증원이 필요해도 그것은 모든 요소들을 신중히 살펴본 다음 여러 각도에서 시뮬레이션 후 의료와 교육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국한돼야 한다."


권복규 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18일 대한의학회 E-레터에 '의대 증원이 의학교육에 미칠 영향'을 발표하고, 교육 현장에서 피력되는 우려감을 전달했다.


그가 이렇게 나선 것은 의학 교육은 단지 의과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체 의료시스템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정부 뜻대로라면 의과대학 정원이 현재의 3058명에서 내년부터 5058명으로 70% 가까이 갑자기 늘어나게 된다"며 "정책 합당성이나 절차적 합리성를 제쳐두고 의학교육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고 운을 뗐다.


권 교수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의학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믿는 의학교육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초의학 교수 정원은 적정 수에 현저히 미달하고 있으며, 조교 등 지원인력조차 충분히 지원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 카데바 기증은 학교마다 매우 큰 편차를 보이고 있고, 실험실습 시설과 장비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대학 등록금은 십년 이상 동결돼 재원 등 여러가지 문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임상실습 교육 환경 악화 가장 큰 문제 등 정상교육 어려운 실정


권 교수는 가장 큰 문제로 임상 실습 환경으로 꼽았다. 임상 진료 연구를 교육과 함께 하는 교수들의 격무로 제대로된 교육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환자 권리의식의 상승으로 학생의 진료 직접 참여 및  관찰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교육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의대 본과 3학년과 4학년 실습 시 최소 400명 학생을 수용하려면 병상이 1000개를 넘는 병원이 필수인데, 그만큼 임상 교수 숫자 확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해당 규모의 병원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최소 100만명의 인구가 필요하고, 실질적으로 자치단체의 규모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다. 


급격한 증원, 학생들 학습 생태계 파괴되고 교란 불가피 


열악한 교육 환경에도 배출 의사들의 질이 유지된 것은 의학에 입문하는 인적자원의 우수성과 의과 학습 생태계 적응을 요인으로 지목했다. 


즉, 학생들이 수동적 학습자가 아니라 의대라는 학습 생태계 내에서 생존하고 의학을 습득하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자율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학생들은  각종 스터디그룹 등을 만들어 필요한 학습을 했고 동아리와 학년 선후배 관계로 이어지는 질서 속에서 선배가 후배를 교육하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우는 문화가 그동안 정착해서 유지됐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정원의 몇 배가 늘어날 경우 학습생태계 파괴와 교란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특히 기본의학교육(Basic Medical Education, BME)을 넘어 전공 수련이라는 졸업후 교육(Graduate Medical Education, GME)로 넘어갈 시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5천 명의 신규 전공의가 매년 배출된다면 이들은 제대로 된 수련을 받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급격한 증원으로 제대로 된 전문의 수련은 어려워지고 그렇게 전문의가 배출된다 한들 역량은 의문에 부쳐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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