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 도입…실효성 촉각
政 "지역에 남는 필수의료 의사 '月 400만원' 수당 제공하고 의대생 지원도 확대
2024.10.21 05:42 댓글쓰기



정부가 지역에 장기 근무하는 의사를 위해 수당 등을 지급하는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를 도입한다. 


해당 제도는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지역필수의사 우대계약제’라는 이름으로 담겼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등이 지역필수의사 확보에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의과대학 정원 증원분을 배정하고, 의대 졸업자에게 충분한 수입과 정주 여건을 제공해 지역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대생들에게 장학금 등을 지급하고 졸업 후 일정기간 지역 근무를 의무화하는 ‘지역의사제’와 비슷하지만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의무 복무보다 높은 수입과 지자체와 연계해 정주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전병왕 실장은 “지역의사제는 의대 졸업 후 의무를 부과해 일정기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지만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의무나 강제가 없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선택하면 그 선택이 더 좋도록 보상해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국정브리핑 및 기자단담회에서 지역의료체계 정상화 방안으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직접 언급,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역의료 6000억원 편성…“시범사업 실시 효과 평가”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는 내년 7월 시작된다. 4개 지역의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8개 진료과목 전문의 96명이 대상이다.


지역 의료기관 장기 근무선택시 월 400만원의 지역근무수당, 정주 여건 개선,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가 제공된다. 지방권 의대생에 대한 지원도 확대, 장학금과 생활비, 지역교육, 연수 등 경제적·비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방으로 갈수록 연봉이 높아도 의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주 여건을 개선해 지역 의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지역에서 자란 학생이 의대를 입학, 교육과 수련을 통해 지역의료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축적한 후 지역에 정주하는 의사로 성장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대 출신 전공의들의 수련 체계도 개선한다. 지역의대 출신 전공의들을 위해 내년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중을 현재 45%에서 50%로 높인다.


전공의들이 지방 의료기관에서 수련받고 이후에도 지방에서 정주할 수 있도록 그 비중을 높인 것이다.


지방 대학병원의 실습 교육시설을 확대하고, 지방 국립대 교수 채용을 대폭 확대하는 등 수련 환경도 개선한다.


윤소영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 “지역 사회 기반 의학 교육이나 지역 의료 실습 등 교육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지방의 수련 여건을 좋게 만들어 결국 지방에서 수련하게 되면 지역에 남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최근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며, 지역의료 확대 예산으로 6000억원을 편성했고 이를 활용해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성 평가 후 지자체와 협력해 본격적 재정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 의대생-전공의가 전문의 자격 취득 후에도 지역에 정착하도록 하기 위한 경제적·비경제적 지원책은 후속과제로 집중 검토해 실효성있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공공임상교수처럼 유인책 낮아, 실패 가능성”


의료계에선 “수도권 전문의들을 지방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거두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선 이미 시행 중인 공중보건장학제도 등의 실패 사례를 들어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전문의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요인은 인력난에 따른 1인당 과중한 업무강도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 위험 부담, 주거 문제, 생활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것은 단순히 월급 때문이 아니며, 지역의료의 붕괴도 단순히 지역에 의사 수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 공중보건장학제도에 지원이 저조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정적인 정주 여건 조성은 물론 의사로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단순 인력 투입 외에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기피과 전문의가 서울에도 부족해 대학병원에서 응급실 수용 불가 사례가 수없이 나오고 있는데 계약형 필수의사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가 가진 이익이 명확해야 한다. 정부가 어느 병원에 몇 명의 전문의를 어떻게 근무시킬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야 지원자가 수용 가능한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지역 병원 육성책과 병행되면 상승효과, ‘지역의료자치’ 출발될 것”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그 근거로 같은 계약 기반으로 인력을 배치하는 교육부 ‘공공임상교수제’ 사업이 지원자 미달로 2년 사이 80% 축소된 사례가 언급됐다.


장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교육부의 ‘공공임상교수제’ 사업 목표 배정인원은 2023년 150명에서 2024년 50명, 2025년 31명으로 80% 가량 감축됐다. 배정인원 감축에 따라 190억6900만원이던 예산은 63억5000만원, 39억4000만원으로 줄었다. 


‘공공임상교수’는 국립대병원 소속 의사로 채용돼 지방의료원 등에 일정기간 순환근무를 하며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 인력을 말한다. 


사업 축소 배경은 ‘지원자 미달’ 때문이다. 공공임상교수제를 통해 채용된 교수는 2023년 28명(18.6%), 2024년 32명(64%)에 그쳤다. 


공공임상교수 인력이 배치되지 못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인력은 채용되지 않아 공공임상교수제를 통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종태 의원은 “정부는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통해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공공임상교수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정주여건과 해외연수 등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그 비용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국가는 부담과 책임을 적극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유인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 보건복지부는 지역에 역량 있는 병원을 육성하는 정책과 병행될 경우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필수의료 의사제도가 ‘지역의료자치’ 출발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해당 제도는 지자체 역할이 함께 결합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지역에서 인력이나 인프라에 대해 자기 책임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기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역 실정에 맞는 특색 있는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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