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2021년 미인가 학습장에서 의대 수업을 진행한 지역대학들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편법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울산대 의대는 대부분 수업을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에 남지 않고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의료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11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사립의대 편법 운영 방지 법제화와 공공의료 강화 방안 토론회'(이하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울산의대 운영 실태와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울산광역시당이 주관하고 울산건강연대와 더불어민주당 김태선‧박성준‧문정복‧복기광‧김윤‧백승아‧정을호 의원이 주관했다.
"울산의대 홍보자료에 서울아산병원을 서울캠퍼스로 지속 표기"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21년 실태조사를 통해 울산대 의대가 협력병원인 서울아산병원 시설을 빌려 미인가 학습장으로 이용하고, 대학 홈페이지와 입시 홍보자료 등에 서울아산병원을 서울 캠퍼스로 홍보하는 등 부적정하게 운영했다고 지적하고,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울산대는 2024년 말까지 현대중공업 소유 한마음회관을 의대 건물로 리모델링해서 예과 1‧2학년과 본과 1학년의 이론 수업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백주 을지의대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한마음회관 설계 계획에 기본적인 실습 공간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을 우려했다.
그는 "최근 의대 교육 경향은 이론과 실습을 통합하는 것"이라며 "기초의학실습 교육장은 서울아산병원에 있기 때문에 실제 본과 1학년까지의 해부학 수업 등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울산의대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에 울산대병원이 있지만 전체 실습 중 10%만 이뤄지고 84%를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홍보자료에 서울아산병원을 울산의대 서울캠퍼스로 지속 표기하는 등 시정 조치를 계속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법 절차 이행을 강제할 압력이 필요하며, 동시에 울산대와 학교 법인의 자체 투자를 유도하되 인력 등 공공적 기능에 대해서는 지자체 주도로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의대 졸업생 중 울산에 남는 학생 비율 7%, 전국 꼴찌"
양동석 울산의대 교수는 소속 학생들이 서울에서 교육을 받는 상황이 울산지역 의료인력 부족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보건복지부의 지난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울산 지역의대 졸업생 중 지역에 남는 비율은 7%로, 전국에서 의대가 없는 전남과 세종을 제외한 15개 시도 중 가장 낮다. 반면 서울은 54.5%, 부산‧대구‧경기‧경남 등은 40% 이상이다.
양 교수는 "제대로 된 의과대학이 있으면 지역을 위한 의사로 남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속병원인 울산대병원이 지난해에는 중소형병원 중 전공의 교육환경과 급여부분에서 1위였고, 2022년에는 비수도권 병원 중 요양급여청구액 1위를 달성한 점을 들며 울산의대 학생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하영욱 법률사무소 제성 변호사는 "법령상으로 실습 이외 교육과정을 협력병원에 위탁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규정해야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울산의대에 대한 연이은 지적에 정순채 교육부 대학경영혁신지원과 사무관은 "홍보자료 등에 서울아산병원이 울산의대 내 병원처럼 표기돼 있는 부분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돼 한 번 더 행정지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들이 어디서 실습했고, 선배와 스승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정주하려는 마음가짐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울산대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사립의대도 어떻게 운영하는지 계속 확인하고 감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