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 지난 2월 6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직후 현장을 떠난 의대생과 전공의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미 9개월이 경과했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공회전을 거듭하며 이들이 돌아올 이유를 만들지 못했다. 조정을 거쳐 모집정원이 1509명으로 줄긴 했지만, 떠난 전공의들 마음을 잡을 수 없었고 어느덧 2025년도 전공의 모집 시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의료계는 2025년도 전공의 모집 파행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한민국 의료를 책임질 전공의 교육은 단순히 어느 특정 집단 교육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대생이 인턴을 지원하고 수료 후 전공의를 지원하고, 이후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는 등 점진적으로 교육이 진행되는 사다리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공의가 될 수 있는 인원이 모두 떠난 현재 올해 전공의 모집이 처한 상황이 암담하다. 데일리메디가 총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2025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기획]
①대한민국 의사 공급체계 마비…2025년 전공의 모집 '암울'
②전공의 복귀 시급한 정부···'특례 카드' 또 꺼내나
③전공의 없는 수련병원, 내년 상반기 모집 자구책은
④26개 전문학회가 전망한 상반기 전공의 모집
전공의 사직률 86.7%···현장 복귀 요원
2025년 전공의 모집 요강 발표를 앞둔 가운데 전공의 지원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의대생 휴학‧인턴 및 전공의 부재에 이은 연쇄적 공백 예상되는 데 따른 전망이다.
국내 의사양성 시스템을 살펴보면 의과대학에서 예과 2년과 본과 4년, 국시 후 면허취득, 인턴(1년), 전공의 과정(3~4년)을 거쳐 전문의 시험에 응시한다.
하지만 현재 전국 의대생들은 휴학, 인턴 및 전공의 사직 등으로 전문의 양성 시스템 자체가 붕괴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전국 전공의 1만3531명 중 1만1732명이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직률이 86.7%에 이르는 수치로 임상 현장에서는 의료공백이 진행형이다.
복지부는 사직 처리가 완료된 전공의 5701명 가운데 11% 가량인 625명이 다른 병원에 취업했지만, 대부분이 ‘일반의’ 신분으로 다른 병원에 재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별로는 의원급 취업자가 368명으로 59%, 나머지 257명은 병원급 이상에 일반의로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올해 전공의 정원을 채우기 위해서는 사직 전공의들이 돌아와야 하지만 사직 전공의 복귀 가능성은 물론 취업 전공의들 역시 다시금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차별 사직률, 인턴 최대…전공의 연계성 사실상 끊겨
각 연차별 사직률을 보면 인턴 사직률이 가장 높았다. 인턴은 총 2957명 중 96.4%(2957명)이 사직했다.
레지던트 2년차가 2816명 중 87.8%(2472명), 1년차가 2973명 중 85.3%(2536명), 3년차가 2816명 중 82.3%(2,318명), 4년차가 1848명 중 78.0%(1,449명) 순으로 사직률이 높았다.
특히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진행됐던 2024년 하반기 전공의 추가모집에서도 전국적으로 단 125명만 지원했다.
그마저도 서울·강원·경기·인천에 98명이 집중됐으며, 나머지 권역에서는 한 자릿수 지원에 그쳤다.
앞선 모집에서 받은 처참한 성장이 2025년도 전공의 모집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과 함께 신규 지원마저 저조할 경우 국가 의료 시스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의대생 휴학→인턴 지원 급감 우려 확대
실제 의대 휴학생 중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의사 배출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들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의사국시 실기시험에는 예년의 10분의 1 수준인 347명만 응시했다. 이 가운데 전년도 불합격자 등을 뺀 본과 4학년은 159명에 불과했다. 전체 3015명 가운데 5.3% 수준이다.
이에 향후 의료인력 수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 국시에 합격하면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수련 과정 3~4년을 거쳐 전문의가 되는데 연쇄적인 전문의 배출이 막혀버리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의대 교육 과정의 5년 혹은 5.5~5.6년의 단축 방안을 거론하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본과 4학년이 졸업 후 인턴으로 지원하지 않을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도 존재한다. 바로 등록금 납부 현황이다.
지난 9월초 기준 40개 의과대학에서 2학기 등록금을 낸 인원은 653명으로 전체 1만9000여 명의 3.4%에 불과했다. 본과 4학년 대부분 휴학해 전공의 지원에도 위기 신호가 감지된 것이다.
또 상당수 인원들이 휴학 이후 군입대를 선택해 2025년도 전공의 지원은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교육위원회)이 교육부에서 받은 '전국 국·사립 의대 군 휴학 허가 인원' 자료에 따르면 9월 23일 기준, 37개 의대에서 1059명이 군 휴학 허가를 받았다.
군 휴학 의대생은 2021년 116명, 2022년 138명, 지난해 162명인 것과 비교했을 때 이번 의대정원 증원 사태가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의사 양성 끊겼다”…2025년도 모집 인원 조정 필요성 대두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2025년도 모집인원 감축을 주장했다.
전의비와 전의교협에 따르면 “총 응답자 3496명 중 96.3%에 해당하는 3365명이 2025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현행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하거나 감원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의대생 휴학은 각 대학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차례로 승인되고 있어 결국 대규모 휴학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의대 1학년 7600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 초유의 사태”라고 꼬집었다.
즉 예과 이후에도 본과 교육뿐 아니라 전공의 수련까지 향후 10여 년간 교육과 수련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최근 교육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의대생 집단 수업거부에 대해 대학 자율 판단에 따라 휴학을 승인키로 했다.
교육부는 그간 수업거부에 나선 의대생들에 대해 동맹휴학은 학칙상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복귀를 위해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 각계 의견을 수용하고 학생 복귀와 의대 학사 정상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개인적인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해서는 대학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휴학 승인 지침은 대한의학회 등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