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33인이 발의한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에 대해 환자단체 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피해보상 과정에서 '정부' 입증책임을 명시한 것을 환영하는 입장도 있지만, 현장을 떠난 '의사'들 책임을 묻지 않고 덮는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도 나왔다.
암환자 등 중증환자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회장 김성주)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특별법 발의는 환영하나 의료계 책임을 묻지도 않고 정부에 모든 배상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정치선동이지 해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해당 특별법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적시에 치료·수술받지 못한 환자들이 중증에 빠지거나 목숨을 잃었을 경우 국가가 피해보상하는 게 골자다.
중증질환연합회는 "모든 책임을 정부 몫으로 전가하고 의료계 책임을 배제한 법안"이라고 평가하며 "정부가 정책을 강행한 면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전공의들이 일시에 병원을 떠나며 피해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부정적 반응은 환자를 위한 특별법 발의와 동시에 의료계 달래기에 나서고 있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난처한 일이다.
민주당은 2026년 의대정원 '감원' 가능성을 명시한 법안(강선우 의원안)을 발의하고, "2025년 정원도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거부한 상태다.
중증질환연합회는 "야당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하다가 이제 와 갑자기 해결사를 자처한 의도가 뭐냐"라며 "깊은 이해와 책임의식, 중장기적 안목 없이 끼어들면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치권이 갈등 조정과 중재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나, 당리당략을 위해 끼어들어 판을 흔드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여야는 의료대란만큼은 정쟁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환자들은 뒷북 보상책 아닌 의료대란 재발방지법 원한다"
의료대란을 유발한 의사들의 책임을 묻지 않고 환자들에게 보상책만 제시한다면 사태의 재발 방지는 어렵다는 게 중증질환연합회 시각이다.
중증질환연합회는 "이런 식이라면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준 의료계는 뒤로 빠지고 보상책으로 연명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환자피해 전수조사를 통해 기준과 보상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 대다수와 환자들은 의료계 집단행동 재발방지법을 원한다"면서 "민주당의 특별법처럼 제대로 된 객관적 조사 없이 정부에 모든 배상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정치선동이지 정책해법이 아님을 알라"고 일갈했다.
"의료대란특별법 신속 통과해야···정부 입증책임 명시 환영"
한편, 앞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특별법에 대해 정부의 배상 및 입증책임을 명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6일 "누구도 의료공백 사태를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라도 특별법이 나와 환자와 유족의 보상책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환영을 표했다.
특별법에는 본래 의료사고 분쟁 시 의료과실 및 인과관계를 환자와 유족이 입증해야 했던 상황을 뒤집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입증책임을 지고 피해자가 증빙서류와 의견을 제출할 수 있게 한 내용이 담겼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아무 잘못도 없는 환자와 유족이 9개월 간 피해와 고통을 겪었다. 정부와 의료계는 즉각 의료를 정상화하라"라며 "의료대란특별법을 신속히 통과시켜 그동안의 피해를 보상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