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사랑 줄기세포 이어 '자가혈치료술(PRP)' 승인
국가도 인정 '재생의료 메카' 부상…고용곤 병원장 "新치료법 기반 환자들에 최선"
2025.01.23 05:55 댓글쓰기

‘수술’ 일색이던 무릎 관절염 진료현장에 최근 또 다른 선택지로 ‘재생의료’가 주목받고 있다. 이제 무릎 관절염도 초기, 중기, 말기 등 전주기에 맞는 다양한 치료 옵션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 셈이다. 무조건적인 인공관절로의 대체가 아닌 본인 관절을 최대한 보전하는 치료가 환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종류와 방식도 다양하다. 자신의 혈액, 골수, 지방 등에서 추출한 성분을 활용해 관절 통증을 줄이고 관절 기능을 회복시키는 말 그대로 ‘재생의료’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PRP, BMAC, SVF 주사 등이 있다. 주목할 점은 단일병원이 뚝심 있는 연구를 통해 이 3가지 치료법 중 2개를 국가공인 신의료기술로 인정을 받았다는 부분이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오롯이 환자들에게 보다 좋은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며 재생의료에 쏟은 지난 십 수년의 열정을 술회했다.


“치료 효과 확신이 이뤄낸 결과물”


무릎 관절염 재생의료 분야에서 연세사랑병원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진료와 연구 동반 성장을 일궈낸 연세사랑병원은 자타공인 국내 ‘재생의료 메카’다.


관절·척추 전문병원 최초로 ‘세포치료연구소’를 설립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했고, 그 기술력은 세계 의학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선구자였던 만큼 고충도 적잖았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지난 2008년 자가혈치료술, 일명 ‘PRP(Platelet-Rich Plasma)’라는 기술을 국내 무릎 관절염 치료에 도입했다.


해당 기술은 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기로 혈소판을 분리한 뒤 농축된 혈소판을 인대·연골에 주사하는 치료방식이다.


원래 치과에서 시작된 이 치료법은 피부과에서 성행하다 세계적인 골프 선수인 타이거우즈가 무릎 관절염 치료에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절 분야로 확대됐다.


우연히 미국 출장 중에 PRP 치료법을 알게 된 고용곤 병원장이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고, 환자들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었다. 


수술 없이도 통증을 잡을 수 있는 치료법에 환자들은 열광했지만 정작 의료계 내부에서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환자를 상대로 한 돈벌이’라는 힐난에 가슴을 쳐야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치료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장장 15년 동안 3만건이 넘는 무료시술을 통해 데이터를 모았고, 결국 최근 신의료기술로 인정 받았다.


슬관절에 대한 PRP 승인은 이번이 처음이며 연세사랑병원이 관절 첨단재생의료 ‘메카’로 부상한 것은 물론 그 위상을 굳건히 했다는 평가다.


고용곤 병원장은 “PRP나 줄기세포 등 새로운 치료법에 주목한 것은 오롯이 관절염 환자들을 위함이었지만 그 의도가 매도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술회했다.


이어 “흔들림 없이 관련 치료와 연구에 몰두했고, 이제서야 그 진가를 인정받는 것 같아 고무적”이라며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갈증과 열정은 술기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차원과 격(格) 다른 줄기세포 치료법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자가지방 유래 기질혈관분획(SVF, Stromal Vascular Fraction) 주사에 대한 신의료기술 승인도 이끌어냈다.


자가지방 줄기세포는 ‘BMAC’이라 불리는 골수 줄기세포와 차원이 다른 주사다. BMAC이 줄기세포 치료의 초기단계라고 하면 SVF는 훨씬 진일보된 치료법이다.


골수 줄기세포는 지방 줄기세포 대비 염증 완화와 연골 재생 효과를 발휘하는 중간엽줄기세포 확보가 어렵다. 


특히 골수는 나이가 많을수록 중간엽줄기세포가 적지만 지방은 나이든 사람, 특히 여성에게 많다. 중간엽줄기세포는 지방줄기세포 10~15개당 1개꼴로 있다. 


골수 줄기세포가 지방 줄기세포에 비해 중간엽줄기세포가 적어 염증 완화와 연골 재생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때문에 지방줄기세포도 관절염 치료로 허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고용곤 병원장 역시 ‘관절염 통증 정복’을 위한 지방줄기세포 효과에 주목, 연구에 몰두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의료계의 십자포화가 쏟아졌지만 뚝심으로 버텼다.


결국 이번에도 자가지방 줄기세포에 대한 신의료기술을 이끌어내면서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재입증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SVF가 2∼3기에 해당하는 골관절염 환자들의 무릎 기능 개선과 통증 완화에 유효한 기술로 평가했다.


실제 미국 스포츠 의학 학술지(AJSM,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SVF는 무릎 골관절염 환자의 기능을 개선하고 통증을 크게 감소시켰다.


39명의 환자들을 고용량, 저용량, 위약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해 12개월 동안 결과를 관찰한 결과, 골관절염 환자의 통증, 경직, 신체 기능 점수가 각각 89.5%, 68.2%, 0% 개선됐다.


지방줄기세포는 무릎 골관절염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또 다른 줄기세포인 골수줄기세포보다 중간엽줄기세포 확보가 용이하다. 


통상 중간엽줄기세포가 많을수록 성장인자를 많이 분비해 연골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대는 골수줄기세포를 뽑으면 약 1000개 중 1개가 중간엽줄기세포이지만 60대 이상은 약 10만개 또는 100만개당 1개에 불과하다.


반면 지방 줄기세포는 10~15개당 1개꼴로 중간엽줄기세포를 확보할 수 있어 골수 줄기세포 보다 훨씬 우수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특히 60대 이상의 고령 환자들에게 더 효과적이다


이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중간엽줄기세포가 많이 포함된 자가지방 줄기세포를 관절염 치료에 사용해왔다.


고용곤 병원장은 “그동안 많은 투자와 연구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관절염 환자들에게 보다 좋은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좋은 치료법 동료 의료진과 공유”


선구자인 연세사랑병원이 십 수년의 노력 끝에 PRP와 SVF에 대한 신의료기술 승인을 이끌어내면서 진료현장은 앞다퉈 해당 시술을 도입하고 있다.


굳게 닫혔던 신의료기술의 빗장이 풀린 만큼 각 의료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에 나서면서 과잉경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주변에서 ‘남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잖지만 고용곤 병원장은 손사레를 쳤다.


“처음부터 환자들에게 보다 좋은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실을 맺은 만큼 보다 많은 진료현장에서 활용되는 것은 반길 일이다.”


다만 최적의 효과를 위해서는 일선 병원들이 추출, 농축, 배양, 시술 등을 정확하게 숙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고용곤 병원장은 별도의 연수 프로그램 등을 통해 PRP와 SVF에 대한 노하우를 기꺼이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보다 많은 환자들이 다양한 치료방식의 선택권을 갖게 된 것”이라며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관절 분야 동료 의료진에게 기꺼이 공유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우려도 있다. 과열경쟁으로 무분별한 시술이 이뤄질 경우 어렵게 쌓아올린 ‘재생의료’의 신뢰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골수 줄기세포 주사가 대표적이다. 신의료기술 승인 이후 수 많은 의료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시술에 나서면서 보험회사들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고용곤 병원장은 “일선 병원들이 이 좋은 치료법들을 매출 증대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환자에게 제대로 된 치료법을 제공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적응증, 시술횟수 준수는 당연지사이고 치료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배움의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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