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기관 내 감염 예방과 환자 안전 강화를 위해 수술기구 소독 관리 및 보상체계 개선을 검토 중이다.
특히 감염 위험이 높은 절삭기류(BURR, SAW 등)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상체계 개편부터 적정성 평가 항목에 포함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최근 신년간담회에서 “BURR과 SAW 등 절삭기류의 감염 예방 및 안전 관리가 중요한 이슈”라며 “현행 정액보상 방식을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방식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절삭기류는 뼈와 조직을 절삭·연마하는 고위험 수술기구로 구조적 특성상 사용 후 미세한 뼛조각이나 조직 등 이물질이 홈에 끼어 완전한 세척이 어렵다.
하지만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일회용과 재사용 기구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고 동일한 금액을 보상하는 정액보상 방식을 적용해 병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절삭기구를 세척 후 재사용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태조사는 의료현장에서 수술별로 사용하는 절삭기구의 일회용·재사용 여부, 세부품목, 사용 개수, 구입 단가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해당 사안도 아직 명확히 결정되지 않았으므로 추후 변동 가능성이 있다.
대여기구 이력 관리 부실…환자 안전 위협
수술기구 상당수는 의료기관이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로부터 대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여기구의 사용 이력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감염 관리가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HIV, C형간염 등 감염 질환 환자의 경우 소독 방식이 달라야 하지만, 현행 시스템에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금속 가위나 특정 수술 기구에 대해 ‘1회용’ 명시가 없는 경우 재사용하는 병원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일회용 치료재료를 재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며 감염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현재 척추나 관절 수술에서 사용되는 드릴과 BURR 등의 절삭기구는 1회 수술당 20만~30만원의 정액보상 방식으로 병원에 비용이 지급된다.
이로 인해 병원이 몇 개의 기구를 사용하든 동일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어, 비용 절감을 위해 기구를 재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최근 임상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로봇수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로봇수술 기구가 고도화되면서 부품이 미세해져 소독과 세척이 매우 힘들어진 상황이다.
수술기구, 국내 재사용 기준 미비
미국에서는 기구를 완전히 분해한 후 개별 세척과 기능 테스트를 진행하지만, 국내 병원에서는 이를 수행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의 경우 2000년 이후 고가 의료기기의 재사용을 허용하는 지침을 마련했으며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명확한 기준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심장 카테터나 외과용 초음파 수술기구 등은 철저한 소독 및 기능 테스트 후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국내는 관련 규정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병원별 자율관리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심평원은 수술기구 소독 관리 및 보상체계 개선을 위해 관련 학회 및 의료계, 산업계와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수술기구 관리·보상체계 개선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의료기관 및 관계기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