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휴런이 파킨슨병 조기 진단 새 시대를 예고했다.
현재 표준진단 방식인 PET-C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대비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을 높인 MRI(자기공명영상) 기반 솔루션을 내세워 기존 방식에서 발생하는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포부다.
휴런 신동훈 대표는 최근 강남구 조선팰리스 로얄챔버홀에서 열린 '파킨슨 리더스 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은 목표를 밝혔다.
휴런은 2017년 신동훈 대표가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로 지내며 창업한 회사다. 창업자들이 공학박사인 기존 의료AI 기업과 달리 임상의(MD)가 주도적으로 설립했다는 게 경쟁력으로 꼽힌다.
신 대표는 대학병원에서 다양한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해왔지만 연구 종료 후 해당 기술이 사장(死藏)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껴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연구 과제가 끝나면서 좋은 기술이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 이를 의료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창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초기에는 교수직을 유지하며 겸직 형태로 회사를 운영했으나, 현장의 많은 수요와 회사 운영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병원을 떠나 전업을 선택했다.
신동훈 대표는 "처음에는 병원과 회사를 병행하려고 했지만 의료기기 사업은 전념하지 않으면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전업 후 회사 운영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휴런은 파킨슨병 등 신경 퇴행성 질환을 조기에 찾아내는 '휴런 에이징케어 스위트(Heuron AgingCare Suite)'를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휴런 IPD ▲휴런 NI ▲휴런 뉴로멜라닌 등 3가지 MRI 기반 솔루션으로 구성됐다.
IPD는 MRI 기반 파긴슨병 진단을 보조하고 NI는 파킨슨 병소 가시화 및 정량분석을 제공하며 뉴로멜라닌은 MRI를 통해 뉴로멜라닌 영역에 대한 정량적 정보를 제공한다.
신 대표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중뇌에 위치한 '흑질(Substantianigra)'은 인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도파민이 소실돼 발생하는 것이 퇴행성 파킨슨병이다.
특히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은 흑질 나이그로좀1 영역에서 점진적으로 진행되는데, 60~80% 소실된 후에야 명확한 증상이 나타난다.
신 대표는 휴런 에이징케어 스위트가 파킨슨병 조기 진단 한계를 극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파킨슨병을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은 의사가 환자를 대면해 진찰한 뒤 PET-CT를 기반으로 진단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가 본인 증상을 스스로 인지하고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데 환자가 증상을 자각했을 땐 대부분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다.
또 현재 표준진단 방식인 PET-CT 촬영은 워낙 고가이다 보니 환자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신 대표는 "기존 파킨슨병 진단 방식은 신경학적 검사와 PET-CT 촬영이 주를 이루지만, PET 검사는 방사선 노출과 높은 비용, 긴 검사 시간 등의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RI를 활용해 퇴행성 뇌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만 있다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적극적인 파킨슨병 치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진단 정확성도 PET-CT에 견줄만 하다.
신 대표는 "휴런 에이징케어 스위트는 PET-CT 대비 비용 절감, 검사 시간 단축, 방사선 노출 없음 등의 장점이 있으며 민감도(94%)와 특이도(92%)가 PET-CT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길병원 교수직 병행코자 했으나 의료기기 사업 전념하기 위해 전업"
"올해 솔루션 도입 확대 총력, 건강보험 수가는 해결 과제"
"아시아 1위 목표 등 해외시장 공략 본격화…美 진출은 장기 계획 추진"
신 대표는 국내 건강보험 수가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실제 휴런 에이징케어 스위트는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부천순천향병원, 동탄한림대병원 등 국내 주요 병원에서 연구 및 임상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 수가를 인정받지 못해 건강검진센터를 중심으로 비급여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신 대표는 "국내에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이기에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수가 문제 해결과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적극 타진 중이다.
휴런은 이미 해외에서 싱가포르 제너럴병원(SGH),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료센터(AMC)을 비롯해 대만, 태국 등에서 다수 병원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파킨슨병 솔루션 인허가를 획득했다. 신 대표는 향후 연구를 통해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고, 현지 건강보험 편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진출도 노리고 있다.
신 대표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FDA 인증뿐만 아니라 현지 법인 설립, 병원 네트워크 구축 등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며 "우선 아시아 시장에서 1위를 목표로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시장 진출은 최소 3년 이상 준비가 필요하며, 5~7년간의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