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독립성·전문성 보장"
병원의사協, 대한민국 의료 위기 극복 위한 '정책 제안서' 공개
2025.06.10 12:26 댓글쓰기

"현재 위기는 엄중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의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기회이기도 하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반복하지 말고, 새롭고 혁신적인 해법들로 의료 정상화 길로 나아가자."


대한병원의사협의회(회장 주신구)는 이재명 정부 출범에 맞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의료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제안서'를 제시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지속된 의료 위기의 본질을 '구조적 붕괴'로 규정하고,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정부와 정치권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병의협은 "지난해 정부의 일방적인 정원 확대 정책 이후 9000명에 달하는 전공의 이탈과 의대생들의 휴학 사태가 이어지면서 수련과 교육 체계는 사실상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5년도 전공의 신규 지원자가 125명에 불과하고, 지원율은 전년 대비 2.2%로 급락한 현실은 위기의 심각성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가장 먼저 의료정책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의료인력 수급 추계체계를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는 공급자 참여 구조를 표방하지만 정부 입맛에 따라 운영 가능하며, 최종 결정권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위원회 실무 지원기관이 정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으로 지정된 점도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봤다. 


병의협은 ▲의료 전문가가 과반 이상 참여하는 독립기구 설립 ▲정책 결정권에 관료 및 비전문가는 자문에 한정 ▲정부 출연금 의존 제한 및 자체 수익모델 확보 등을 제시했다.


면허등록 현황, 전문과별 수요, 지역별 분포 등을 기반으로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과학적 수급 추계 시스템을 마련하고, 영국, 캐나다 등과 같은 장기 수요 예측 모델 도입도 함께 제안했다.


"수련 중단 전공의, 맞춤형 복귀 트랙 설계"


또한 병의협은 수련 중단 전공의들 복귀가 단순한 권고로는 이뤄지기 어렵다며 상황별 맞춤형 복귀 트랙 설계 필요성도 강조했다. 


복귀 대상 전공의를 ▲군 복무 여부 ▲수련 연차 ▲의료현장 경력 지속 여부에 따라 분류하고, 평가 후 연차 재조정, 보충 수련, 별도 정원 배정 등 유연한 복귀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역한 군복무자의 경우 의무복무 중 수행한 의료행위를 수련 경력으로 일부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은 물론 대한의사협회 및 전문학회 중심 재교육 프로그램, 멘토링 시스템, 복귀 전형 등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병의협은 전공의 수련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도제식 모델에서 탈피한 '프리랜서형 모듈 수련제도'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이 제도는 전문과목별로 수련 과정을 세분화된 교육 모듈로 구성하고, 전공의가 다양한 병원에서 자유롭게 모듈을 이수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해당 제도는 이미 네덜란드, 캐나다, 독일 등에서 역량 중심 교육모델을 도입 중으로 병의협에서는 수련 유연성 및 지역병원 참여 확대, 경력 단절 해소 등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병의협은 공공의대 설립과 전남권 등 지방의대 신설을 둘러싼 정치권 논의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공공의대는 선발 과정의 공정성 훼손 우려, 우수 교수진 확보 난항, 교육 인프라 부족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과거 서남의대 폐교 사례가 이를 방증했다는 이유다.


지방 의대 출신 70%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실에서 지역 정주 강제를 통한 지역의료 강화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병의협은 "의료공백 본질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열악한 근무 여건과 수가 체계에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와 근본적인 인센티브 개편이 먼저"라고 요구했다.


"단순한 공공의대 설립이나 지방의대 신설의 경우 정치적 명분에 치우친 비효율적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 의료통치 결과다.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 회복 없이는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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