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당국이 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인하키로 확정하면서 관련 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내 제약업계는 최근 수용 가능한 최소 수준으로 제안했던 비율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약가가 정해진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부담을 토로했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번 개편을 환자 중심 약가체계로 가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면서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업계 내 온도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개최하고 제네릭 및 특허가 끝난 약품의 가격 산정 비율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약가체계를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민 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신약 연구와 필수 의약품 공급 기업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제공함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업계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한 만큼 당분간 양측의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기존 건강보험 목록에 올라있는 의약품은 2012년 등재 시기를 기준으로 분류해 약가를 조정할 방침이다. 각 그룹에 따라 11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가격이 낮취진다.
단, R&D 투자 비율이 높은 혁신형 및 준혁신형 기업에게는 약가 산정률을 각각 49%, 47%로 우대 적용하며, 4년 및 3년간의 유예 특례를 제공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결정에도 제약 업계에서는 실적 감소는 물론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동력마저 꺾일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가 제네릭 약가 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안’을 당초 예고했던 수치 40%보다는 산정 비율이 다소 높아졌지만, 당장 근본적인 수익성 하락에 대한 걱정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장 지난해 말부터 일부 제약사들 사이에서 구조조정 관련 얘기가 나돌고 있던 상황”이라며 “약가인하 정책에 따라 매출액 기준 하위부터는 더욱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48.2% 이하 내려가면 기업 경영 및 산업 전체 부담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제약바이오협회·바이오의약품협회·의약품수출입협회·신약개발연구조합·제약협동조합·노동조합총연맹·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비대위)'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미칠 영향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국산 전문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주요 제약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대에 불과할 정도로 여건이 어렵다”라며 “16% 약가 인하 기본 산정률을 결정한 데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앞서 업계에선 기존 제네릭 약가 수준에서 약 10%가량 낮아진 48.2% 수준까지 감내 가능 하지만 그 이하는 기업 경영은 물론 산업 기반 자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나 미국과 이란 간 분쟁 여파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며 경영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이 기준치마저 무너지면 당장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연홍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비대위원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현재 제네릭 약가 수준에서 약 10%가량 낮아진 48.2% 수준까지 감내를 할 수 있다. 그 이하로 내려가면 기업 경영은 물론 산업 기반 자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이번 제도 손질이 산업 전반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뒤늦게라도 정교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민 건강 향상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본래 기능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세부 조정과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개선안에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 기반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점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 원료의약품 직접 생산, 국산 원료를 활용한 국가필수의약품, 항생제 주사제와 소아용 의약품 등 직접 생산 품목의 약가를 우대하는 추가 지원책을 포함했다.
비대위는 또 “약가 인하 기조가 투자와 같은 산업 혁신의 추진력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며 “민관협의체가 약가제도는 물론 의약품판촉영업자(CSO)를 포함한 유통체계 개선, 제네릭 활성화 대책 마련 등에서도 실질적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치료 접근성 개선, 신약가치 보상 중요"
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정부 ‘약가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혁신 신약 가치를 보상하기 위한 의지를 담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환영했다.
지난 27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지난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최종 의결된 약가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KRPIA는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제도와 약가 유연계약제를 도입하고 경제성평가 ICER 임계값 상향 등 주요 개선방안을 이행했다”면서 “현행 약가제도가 한층 합리적이고 환자 중심적인 체계로 성숙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어 “향후 제도 설계 및 운영 과정에서 개편안의 본래 취지가 충실히 구현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KRPIA는 공신력 있는 국내외 보고서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혁신 신약 접근성 개선과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약가 평가 체계 마련을 지속적으로 제언해 왔다.
미국제약협회(PhRMA)의 ‘2023 글로벌 신약 접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신약 접근성은 국내총생산 규모가 유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G20 국가들과 비교해 뒤쳐졌다.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전세계 급여된 신약 460종 기준, 한국의 급여율은 22%로 G20(28%)과 OECD(29%) 평균을 밑돌았다.
암 혁신신약 급여율 역시 한국은 23%로 G20(35%)과 OECD(36%)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희귀질환 신약의 경우 급여율은 12%로 G20·OECD 평균(32%)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격차가 뚜렷했다.
KRPIA는 “정부가 미뤄왔던 민간협의체를 조속히 진행하고, 산업계와 제도 운영 절차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과 약가 산정 및 기등재 약제 상한금액에 대한 조정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약가제도 개선방안이 환자 중심 보건의료 환경 강화 및 국민 건강권 향상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정부 및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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