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사무장병원’의 요양급여 부당이득 환수 과정에서 명의자보다 실제 운영자에게 더 많은 금액을 부과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환수 책임을 형식적 개설자가 아닌 실질적 운영 구조에 따라 나눌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의료법인 측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일부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의료법인 명의를 빌린 비의료인이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요양급여비를 수령해 온 사무장병원 사건으로 해당 운영자는 병원 운영을 주도하고 수익을 취득한 사실이 인정돼 형사 사건에서도 징역형이 확정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해당 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보고 요양급여비 전액 환수 처분을 내린 뒤, 내부 기준에 따라 의료법인과 실질 운영자에게 각각 징수금을 나눠 부과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질 운영자에게 부과된 금액이 법인보다 많아지면서 환수 범위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졌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요양급여 전액이 환수 대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책임 주체별 역할을 구분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봤고, 2심은 실질 운영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징수금이 법인에 부과된 금액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2심 판단을 두고 학계에서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실질 개설자의 환수 책임을 명의 대여인 범위에 묶으면서 불법을 주도한 인물 책임이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명의 대여인에 대한 감액 처분이 그대로 실질 개설자에게까지 연동된다는 점이다. 불법 개설을 주도하고 수익을 취득한 사무장 역시 명의 대여인이 감경을 받으면 동일한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개설 명의인은 형식적인 향수자에 불과한 반면, 실질개설자는 부당이득을 실제로 취득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법적 책임 정도와 비난 가능성이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개설 명의인에 대한 배려가 실질 개설자에게 이익으로 이어질 경우 불법을 주도한 비의료인이 오히려 유리한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처럼 실질개설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진 가운데,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실질 운영자 책임을 명의자와 동일한 범위로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명의자·개설자 역할과 불법성 정도, 의료기관 운영 성과 귀속 여부 등에 따라 명의자 책임과 개설자 책임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당이득 징수 규정의 법적 성질,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실질적 개설자는 명의자에 독립해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하되 연대 책임을 지는 관계”라며 “책임 경중에 대한 재량적 판단의 결과로 명의자에 부과되는 징수금을 초과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환수 책임을 단순히 명의에 따라 일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 구조와 이익 귀속에 따라 달리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사무장병원 환수 처분과 관련 소송에서는 실질 운영자 역할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판단이 핵심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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