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전공의 유죄 판결, 강력 유감”
서울시의사회 “과도한 형사 판단,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
2026.05.08 17:34 댓글쓰기

음주 상태 뇌경색 환자 진료와 관련해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대해 의료계가 격분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8일 ‘응급의료 붕괴시키는 과도한 형사 판단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의사회는 “사법의학 폭력 아래 응급의료 현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으며, 이번 판결은 그 붕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018년 6월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술에 취해 복통과 구토, 의식장애 등 뇌경색 증상을 가진 환자가 이송됐다.


검찰은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뇌 CT 검사만 하는 등 환자 진료를 소홀히 하고 퇴원시켜 뇌경색 악화로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영구적 장애를 입혔다는 혐의로 전공의였던 의사 2명을 기소했다.


대전지법은 “환자에게 업무상 과실로 영구적 장애라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돼 엄중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며 의사들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사회는 “또 한 번의 역대급 판결이다. 지금 응급의료 현장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판단보다, 훗날 형사처벌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은 모든 질환을 완벽하게 확진하는 공간이 아니다. 제한된 시간과 인력,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가장 위급한 상황을 우선 배제하며 환자 생명을 지켜내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개별 사건 판단을 넘어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 전체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현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채 결과만으로 의료행위를 재단하고 형사처벌을 남발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방어진료와 필수의료 붕괴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젊은 의사들은 응급의학과 지원을 기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증응급환자를 책임지는 현장은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데도 사법부가 의료현실을 외면한 채 과도한 형사책임을 부과해 대한민국 응급의료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게 의사회의 지적이다.

 

특히 의사회는 “이번 판결은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의료사고특례법 논의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의료사고특례법이 현장 의료진에게 실질적 보호장치가 되지 못할 경우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는 선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를 향해서도 “보여주기식 제도 논의를 중단하고, 필수의료 및 응급의료 종사자들이 최소한의 사법 안전망 속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적 보호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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