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관망해오던 병리과 개원가가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상수가가 보장되는 투명한 검체검사 시스템 정착을 기대하며 지켜봤지만 건보재정 절감 도구로 전락하는 행태를 보며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앞서 ‘불합리한 관행’이 유지되는 한 검체검사 질(質) 관리가 어렵다며 정부 방침에 동조했던 병리과학회 주장과 배치되는 행보라 귀추가 주목된다.
병리수탁기관협의회 위수탁 개편 비상대책모임(이하 비대모)은 16일 “검사의 질 담보를 위해 출발한 EDI(직접지불제도) 논의는 점점 변질돼 병리과 의원들을 존폐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대모는 병리위탁관리료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병리위탁관리료는 병리검사료의 어떤 부분과도 중복되지 않으므로 중복 보상이라는 복지부 설명은 근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병리위탁관리료 10%를 폐지하고 병리검사료 내에서 10%를 관리료로 분리해 위탁기관에 지급하는 방식은 사실상 ‘병리검사수가 인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병리검사를 깎아 필수의료를 살린다는 말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조기암을 진단하고 항암제 투약 여부를 결정하는 병리진단 없이 필수의료 살리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비대모는 병리검사료 배분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병리검사는 높은 업무량과 높은 인건비 의존성을 가진 고난도 검사이므로 병리검사료를 위탁기관과 일부 배분한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비대모는 “현재 병리검사 원가보상율이 전체 의과 평균에도 못미치는데 검사료를 배분해 위탁기관에 이전시킨다면 대부분의 병리과 의원들이 폐업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EDI 논의 과정에서 병리검사를 쪼개 타과로 이전시켜 더 이상 병리의원들이 생존할 수 없게 된다면 누구를 위한 위수탁제도 개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재위탁 제한 방침에 대해서는 예외 확대를 요구했다.
비대모에 따르면 대부분의 병리과 의원이 전국적 영업·수거 조직을 갖추지 못한 만큼 대형수탁기관의 수거대행과 세부전공 분야별 재위탁을 통해 병리진단 결과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수탁기관간의 재위탁을 대부분 제한하고 병리의원들은 모든 검체를 직접 수거해야 한다.
비대모는 “영세한 병리과 의원들이 대형 수탁기관과의 완전 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복지부가 지적했던 독과점을 가속화시키고 병리과 의원들을 소멸시킬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열악한 인프라와 막대한 영업수거 인력비용을 고려한다면 대책없는 재위탁 제한은 병리과 의원들의 집단폐업을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대한병리학회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함께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개원의협의회 등의 ‘기존 관행 유지’ 주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체검사 제도 개선 논의는 단순히 기존 관행을 유지하는 방향이 아니라 위탁 구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환자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병리과는 만성적인 전공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는 필수의료 공백으로 이어지는 만큼 병리과 검체검사가 근거 중심 의학의 근간이 되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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