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코스닥 시장에서 기업 규모와 성장 단계에 따라 나누는 이른바 승강제 도입이 구체화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이해 득실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통 제약사는 프리미엄군 편입에 따른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가 커지고 있고, 대형 기술이전, 후기 임상 성과를 축적한 바이오기업도 기관투자자와 패시브 자금 유입 계기가 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승강제 중심 개편안을 금년 하반기, 이르면 9월 안에 구체화하고 2027년에 본격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스닥 승강제는 현재 하나의 시장에 속한 상장기업을 ▲프리미엄 ▲스탠더드 ▲관리군으로 구분하고, 정기평가 결과에 따라 기업이 각 시장 사이를 오르내리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프리미엄 편입 기업 수와 세부 평가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 구상에서는 80∼170개 기업이 거론됐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대표성과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70개 안팎으로 압축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 ‘2+1 구조’
프리미엄은 평가·성장성·재무건전성·지배구조 우수 기업, 스탠더드는 일반적 성장기업과 스케일업 기업이 속한다. 관리종목, 투자주의 환기종목 등 기업은 관리군으로 분리된다.
단순히 시가총액이 큰 기업을 프리미엄으로 묶는 데 그치지 않고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 및 기술력, 시장 지배력 등 성장성을 함께 평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거래소는 프리미엄 기업으로 구성된 대표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 ETF를 출시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닥시장 접근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프리미엄군엔 지수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거래량 증가, 기업 인지도 향상 등 효과가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고, 우량기업이 코스피 이전상장 대신 코스닥에 남도록 하는 유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HK이노엔·동국·셀트리온제약 등 주목…알테오젠·에이비엘바이오 등 기대
승강제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현재 단계에서 프리미엄 편입이 확실한 기업은 없다. 다만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편입 기업 등은 예비 후보군으로 평가된다.
코스닥 글로벌은 거래소가 2022년부터 선별한 우량기업군이다. 전통 제약사 중에선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에 HK이노엔과 동국제약이 포함돼 프리미엄 편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을 비롯해 순환기·수액·항암제 등 안정적 전문의약품 사업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엔 창사 첫 매출 1조를 넘어서는 등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 부합한다.
동국제약도 ETC·OTC를 비롯 건강관리, 더마코스메틱 사업으로 매출 기반이 분산돼 있다. 마찬가지로 연매출 1조 진입이 예상되는 만큼 규모, 이익, 성장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셀트리온제약도 바이오시밀러와 케미컬 의약품 판매 확대를 바탕으로 매출과 수익성 중심으로 경쟁력이 있고, 휴온스도 실적 요건에서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프리미엄 기업 수가 70개 안팎으로 제한되면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순위에서 상위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바이오기업에서는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에스티팜 등이 후보로 평가된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 의약품을 피하주사로 전환하는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다수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리가켐바이오도 복수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축적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와 혈액뇌관문 셔틀 플랫폼을 통해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올리고뉴클레오티드 원료의약품 분야에서 수익성이 확대되고 있다.

승강제가 제약바이오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스탠다드와 관리군 부분이 투자자들로부터 사실상 2~3부 시장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프리미엄 종목 ETF와 기관자금 집중 시 스탠더드 제약바이오기업은 거래량과 투자자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 스탠더드 강등도 지수 편출에 따른 기계적인 매도, 주가 하락 압력도 받을 수 있다.
바이오기업은 장기간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야 해 적자가 반드시 부실을 의미하지 않지만 임상 시기가 길어질 수록 아직 상용화 매출이 없는 기업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승강제는 오는 7월 시행되는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 강화 이른바 동전주 퇴출 상황과도 맞물린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은 7월부터 200억원, 2027년 1월부터 300억원으로 올라간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기업도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중대·고의 공시 위반도 상장폐지 심사 요건에 포함된다. 임상 실패나 기술이전 반환 이후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소형 바이오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프리미엄, 스탠더드, 관리군 분류는 향후 강화될 퇴출제도와 작동해 바이오기업 간 합병과 파이프라인 매각, 전략적 투자 유치, 경영권 이전 등 시장 구조조정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현재 관리종목이거나 상장폐지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인 알파AI, 유틸렉스, 카이노스메드, 한국유니온제약, 에스씨엠생명과학, 올리패스, 셀레스트라, 피씨엘, 롤링스톤 등이다.
코스닥에서 1000원대에 머무는 266개 기업 중 제약사가 조아제약, 경남제약 등 3곳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에선 영진약품, 명문제약 등도 1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미국 나스닥에서는 1달러 미만 종목도 상장폐지 요건”이라며 “썩은 상품, 가짜상품을 확실히 정리하고 빈자리에 혁신 상품이 진열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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