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몽골 의료시장, 기대감과 우려 공존”
나창현 서울하정외과 원장 “한국 의료 신뢰 높지만 제도적 장벽 완화 필요”
2026.08.06 10:34 댓글쓰기

2016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의료박람회. 무료 혈관 초음파검사장 앞에 환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나창현 서울하정외과 원장은 화장실에 갈 틈도 없이 하루 종일 검사를 이어갔다.


“기다리는 환자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때 몽골에는 혈관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의료봉사에서 시작된 나 원장의 몽골행은 올해로 10년째다. 2017년부터 현지 병원과 협력해 하지정맥류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며, 몽골 외과 전문의들을 국내로 초청해 연수교육도 진행했다.


지금도 매달 약 일주일씩 현지를 찾을 정도로 애착과 열정이 여전하다.


나 원장이 직접 경험한 몽골 의료시장은 기회와 장벽이 뚜렷했다. 한국 의료진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와 수요는 높지만, 의료기관 인허가와 외국인 의사면허 등 현지 제도는 홀로 넘기 어려웠다.


그는 “몽골에는 아직 한국 의료진이 진출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지만 시장에 들어가는 것과 현지에 제대로 자리 잡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가 9년여간 직접 부딪힌 몽골 의료시장의 가능성과 현실적인 장벽을 들어봤다.


높은 신뢰도 기반 현지화 필수


나창현 원장은 지난 2005년 서울하정외과를 개원한 뒤 하지정맥류 등 혈관질환을 주로 진료해 왔다.


2017년에는 몽골 심장혈관외과 전문의와 협력해 현지 병원에 하지정맥류 고주파 시술을 도입했다. 이후 현지 의료진을 교육하면서 하지정맥류 치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첫 고주파 수술을 받은 환자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한국 의사에게 수술받는다는 긴장감에 계속 나 원장을 바라보던 환자가 수술 직후 걸어서 이동하고 당일 퇴원하자 연신 감사를 표했다.


나 원장은 “이후 현지 의료진을 교육하면서 몽골에서도 하지정맥류 치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며 “지금도 현지를 방문하면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계속 찾아온다”고 전했다.


그는 몽골에서 진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혈관질환과 건강검진, 통증질환 등을 꼽았다. 건강검진과 함께 현지 수요가 큰 전문진료를 제공하는 형태가 현실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가능성 배경으로는 한국 의료진에 대한 현지의 높은 신뢰를 들었다.


나 원장은 “몽골의 젊은 의사들도 한국 병원에서 연수받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생각한다”며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환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에서 통했던 진료방식과 가격체계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몽골의 소득수준과 건강보험 구조, 환자 지불능력에 맞춰 진료모델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잘된다고 몽골에서도 그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 하기보다 현지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지 파트너 역량 따라 활동 범위 달라져”


한국 의사가 몽골에서 진료와 수술을 하려면 현지 의사면허 시험을 거쳐 노동비자를 받아야 한다. 의료기관을 운영하려면 별도 인허가 절차도 밟아야 한다.


나 원장은 이 과정에서 현지 제도와 행정을 이해하는 몽골 측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지 파트너가 의사면허 시험과 노동비자, 각종 행정절차를 연결해줘야 한다”며 “파트너의 역량에 따라 한국 의사의 활동 범위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진출하는 사람이 혼자 모든 절차를 처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현지 경험이 있는 사람과 함께해야 시행착오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 원장 역시 울란바토르 야르막 지역에 의료공간을 마련하고 개원을 준비하고 있만 현지 건설 일정이 약 2년 늦어지면서 계획에 차질을 겪었다.


현재 기본 시설은 갖춰졌지만 의료기관 운영 허가는 아직 받지 않은 상태다.


대규모 종합병원보다 건강검진을 중심으로 혈관질환과 통증질환을 연계하는 클리닉 형태를 검토 중이며, 몽골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의료진·기관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그는 “의료공간은 준비됐지만 실제 운영까지는 인허가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며 “몽골 진출을 검토하는 의료진에게 경험을 공유하면서 현실적인 운영방식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개원 일정이 거듭 미뤄지면서 포기를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도전을 중단하면 오히려 후회가 클 것이라는 생각에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한때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며 “시작했으니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사 ‘65세 제한’ 개선 필요


외국인 의사에게 적용되는 연령 제한도 한국 의료인의 몽골 진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나 원장에 따르면 몽골 외국인 의사면허는 1년 단위로 갱신해야 하며 발급 가능 연령은 65세까지다. 시험에 합격해 의사면허 취득 후 노동비자까지 받아야 정식으로 진료와 수술을 할 수 있다.


1963년생인 그는 앞으로 2년이 지나면 현지에서 직접 진료와 수술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


나 원장은 “한국에서는 65세 이후에도 활발하게 진료하는 의사가 많다”면서 “외국인 의사에게 적용되는 연령 기준을 한국 정부가 몽골 측과 협의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의료인의 해외진출을 확대하려면 정부 간 보건의료 협력 의제에 포함해야 한다”며 “자격과 경험을 갖춘 의사가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면허 기간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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