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실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집중했던 의사 역할이 연구와 기술 개발, 나아가 사업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단순한 창업 관심을 넘어 의료진의 임상적 통찰과 사명감이 기술·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정부 정책도 변화하고 있다. 2026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예산이 1200억 원을 넘어섰고 보건복지부 연구개발(R&D) 예산도 지난해보다 12.6% 증가한 1조 652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아울러 국내 의사 창업 기업의 81.4%가 2016년 이후 설립된 만큼 이제는 인력 양성을 넘어 기술 사업화 연결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환자 보며 찾은 문제, 국제 공동연구·창업으로
한림대의료원 김용균 감염내과 교수는 13일 열린 의료 기술 사업화 컨퍼런스 ‘MEeT 2026’ 사전 미디어데이에서 이러한 의료기술 사업화 사례를 공유했다.
김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치료가 어려운 ‘항생제 내성’에 대해 정밀한 맞춤형 진단·치료 기술이 필요하다는 문제 인식을 갖게 됐다.
이와 관련, 그는 “대한민국의 많은 의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장의 문제를 구체적인 기술로 구현하는 것을 혼자 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환점은 해외 연구진과의 우연한 만남이었다. 김 교수는 한림의대와 스웨덴 웁살라대 간 학술대회 심포지엄에서 웁살라대 연구진과 만나 이들이 창업한 기업과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이러한 협업은 지난해 8월 유럽 국제 공동연구 과제에 선정으로 더 확장되면서 임상 현장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기술 개발과 검증 단계로까지 진전됐다.
김 교수는 이를 “베드사이드에서 벤치로, 다시 베드사이드와 비즈니스로 갈 수 있는 하나의 스토리”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김 교수는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폐렴을 30분 이내 진단할 수 있는 현장 진단기술과 항생제의 체내 흡수를 돕는 맞춤형 제형을 개발하는 연구 및 사업화를 진행 중이다.
“어느 과 갈까요”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요” 전환
의과대학 역시 사회적·교육적 변화에 발맞춰 기존 임상 중심 교육에서 연구와 기술, 협업 역량을 함께 갖춘 의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 개편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한림의대 유경호 학장은 “예전에는 학생들과 진로를 이야기할 때 어느 진료과를 선택할지, 어떤 수련을 받을지가 중심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어떻게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데이터와 기술을 환자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형태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 학생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에 유 학장은 “사회적인 변화와 학생들의 교육적인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세 가지 영역 정도를 고려해 분류 작업 등 교육과정을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과대학에서 통합 과정 및 전공 심화 역량 함양과 전공별 현장 실무 중심 역량 배양을 위한 집중 교육과정 등을 트랙별로 마련해 의료 기술 사업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의료 문제를 발견·검증하고 협업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 지역의료 현장 문제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의료AI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 등이다.
특히 그는 “어떤 아이디어를 의료기술 사업화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의학자 한 명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의학자 전문가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기 위해 의과대학에서 공대 교수, 데이터 과학자, 디자이너, 사업가 등을 불러 강의 및 실습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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