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장에 2회 연속 의사 출신 인사가 임명됐다. 지역 및 필수의료, 공공의료를 아우르는 이른바 ‘지필공’ 붕괴 위기가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고조되는 가운데, 보건의료 재정 운영과 진료비 심사 및 평가를 총괄하는 양대 산맥 수장이 모두 의료전문가로 채워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데일리메디는 건보공단 강청희 이사장 3개월, 심평원 홍승권 원장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대안적 지불제도 시범사업 확대 및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특사경 도입 등 주요 현안을 바탕으로 의사 출신 수장들이 이끌어갈 필수의료 정책 변화 방향과 향후 보건의료 지형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현재 대한민국 보건의료계가 직면한 가장 크고 시급한 화두는 단연 지역 및 필수, 공공의료 인프라 붕괴 위기다.
필수의료 붕괴, 응급실 뺑뺑이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시기에 건강보험 재정을 책임지는 건보공단과 진료비 심사 및 평가를 담당하는 심평원 수장에 의사 출신 인사가 나란히 임명됐다.
과거 건보공단 이사장이나 심평원장 자리는 관료나 정치인 출신, 혹은 보건의료 행정 전문가가 임명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지난 4월 홍승권 심평원장에 이어 7월 강청희 건보공단 이사장이 임명되면서 양대 기관을 임상 현장을 경험한 의사 출신이 이끌게 됐다.
이는 현 의료체계의 구조적 모순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장 친화적이고 전문적인 해법이 절실하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장의 고충과 목소리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수장들이 임명됨에 따라, 의료계 오랜 숙원이자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기형적인 저수가 체계 개선, 그리고 붕괴 직전의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획기적인 보상 방안 마련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 정책 지형도·재정 효율화 방안 ‘초집중’
보건복지부 산하기관들이 제출한 업무보고 브리핑 자료를 면밀히 살펴보면, 새 수장들이 직면한 당면 과제와 향후 건보공단 및 심평원 정책 추진 방향을 명확히 읽어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역, 필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지불제도 혁신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기존 획일적인 환산지수 계약 기반 수가 인상 구조에서 탈피해 난이도와 위험도, 시급성 등을 반영해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집중적으로 인상하는 구조로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필수의료 공백 및 보상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료비용 분석을 기반으로 필수의료 분야 수가 집중 인상 등 정당한 보상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강도 높은 지출 효율화 및 관리 체계 강화 작업도 본격화된다.
심평원은 비용대비수익 자료를 기반으로 과보상된 것으로 파악된 검체검사와 CT, MRI 등의 수가를 단계적으로 조정해 연간 2.6조 원 규모의 재정을 절감하고, 이를 지역 및 필수의료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아울러 실시간 진료정보 수집 및 연계를 통해 여러 기관에서 동일한 치료가 중복되는 현상을 막는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을 구축해 과다 의료이용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다.
더불어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사·약사가 처방 및 조제 시 DUR(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투약 이력을 확인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안착시키는 데 주력한다.
건보공단은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 근절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이를 위해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불법개설기관이 수급한 환수결정금액이 누적 2.9조 원에 달함에도 징수율이 8.79%에 머무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특사경 수사단 운영 준비 및 신속한 법률개정 지원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수집 및 분석 체계를 운영 중인 건보공단은 내년까지 신규 비급여 보고 항목을 1411개로 확대, 비급여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재산 중심의 역진적 보험료 산정 방식을 개선해 소득 중심 부과체계를 공고히 하고, 전국민 소득정산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등 재정 수입 기반 확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필공’ 인프라 확충 위한 대안적 지불제도와 지역 통합돌봄
필수의료 재건을 위한 단순한 재정적 보상을 넘어, 지역의료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양대 기관의 실질적인 지원책도 본격화된다.
심평원은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진료량 기반으로 보상하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벗어나, 지역·기관·네트워크 단위 보상 등 다양한 방식의 대안적 지불제도 시범사업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초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대응해 전인적 관점 예방 및 지속적 건강관리를 목표로 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의료취약지를 중심으로 방문진료를 활성화해 지역 거점 의료망을 촘촘히 엮어낸다는 계획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도 비급여 내역 보고체계를 구축해 제도권 내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지원하기 위해 의료 및 요양, 돌봄 서비스를 연계하는 통합재가서비스와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확대 운영 중이다.
전국 시군구에 통합판정조사를 적용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전문기관으로서 정책 수립 및 대상 분석을 지원하며 제도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더해 국민 의료비 및 간병비 부담을 덜기 위해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를 개선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상급종합병원 참여 병동 제한을 해제하는 등 맞춤형 보장성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 수장들은 각 지역 실정에 최적화된 의료 공급 및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할 재정적 지원 체계를 정교하게 가다듬는 데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의사 출신 기관장 취임 시 일각에서는 의료 공급자 입장을 우선적으로 대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양대 수장 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기우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강청희 건보공단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장을 역임하며 공공의료 강화에 앞장서 온 인물이며, 신임 홍승권 심평원장 역시 이재명 대통령 대선 캠프 보건의료정책 싱크탱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두 수장 모두 현 정부 공공의료 중시 및 보장성 강화 정책 기조를 깊이 이해하고 계승하는 인사들인 만큼, 공급자 편향성보다는 공공성 확보와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양대 기관장이 새롭게 제시한 굵직한 정책 비전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청희 건보공단 이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리부트 건강보험’을 선언하며, 기존 질병 치료비 보장 중심에서 벗어나 예방과 노후, 돌봄까지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국가 건강복지 플랫폼’으로 건보 제도를 재설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홍승권 심평원장도 “단순한 진료비 삭감 기관이라는 오명을 벗고 환자 건강 성과와 의료 가치를 중심에 두는 보건의료정책 선도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전면 도입해 실시간 환자 단위 심사체계로 체질을 개선하고, 행위별 수가만으로 보상하기 어려운 지역 및 필수의료 공익적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정책수가를 지속적으로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현장 출신이라는 전문성에 공공의료 강화를 향한 확고한 정치적 신념까지 겸비한 두 수장의 시너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들이 제시한 가치 기반 정책 혁신과 강력한 공공의료 드라이브가 붕괴 직전 필수의료 생태계를 되살리고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체계를 확립하는 성공적인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보건의료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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