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간 지역 의무복무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계약형 지역필수의사’ 제도에 참여하겠다는 전공의가 10명 중 1명에 그쳤다. 이들은 정작 정주 여건보다 배후진료 인프라 부족, 의료사고 법적 부담 등을 더 우려하고 있었다.
14일 젊은의사협의회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원장 박창용, 이하 젊의연)은 ‘지역에 남을 수 있으려면 :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와 젊은 의사 거버넌스’ 정책브리프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현재 수련 중인 전공의가 당사자가 된다는 점에서 제도 한계와 원인을 실증 데이터로 진단한 데 의미가 있다고 젊의연은 설명했다.
설문조사는 전국 전공의 369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참여 의사가 없다는 비율은 대부분인 91.6%(3380명)에 달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 지역 응답자 542명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났는데, 지역 정착 의향은 84.3%로 높았지만 사업 참여 의사가 없다는 응답은 86.3%였다.
이에 대해 젊의연은 “지역 근무를 기피하는 세대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아니라 지역에 정착하겠다는 사람조차 참여하지 않도록 만든 설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5년 이상 묶이지만 계약이 끝난 뒤 신분과 경력은 보장되지 않고 중도 해지 처리 역시 사업지침에 맡겨진 구조”라며 “전공의들은 계약형 역시 강제성이 부여된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당 사업 참여를 꺼리는 이유는 ‘배후진료 인프라 부족 및 진료 시 법적 부담 완화 내용 부재’가 64.6%(230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단기계약으로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음 62.1% ▲환자의 수도권 병원 쏠림 행태에 대한 실망감 4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우려 요인은 수련 지역과 관계없이 공통적이었다.
반면 현행 사업이 주요 지원 축으로 내세운 정주 여건 항목인 ‘자녀교육(32.8%)’, ‘생활 제반시설 및 인프라(23.6%)’는 상대적으로 전공의들이 꺼리는 이유 중 하위권에 속했다.
젊의연은 “배후진료 인프라, 고용 안정성, 수도권 쏠림 등의 요인은 의료제도 내부 근본 분제”라며 “근무수당과 정주 패키지 중심 현행 사업은 해당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일침했다.
정착 가르는 변수 ‘수련지역’…지방 근무 의향 비수도권 73%·수도권 17%

전문의 취득 후 지방 근무를 계획하는 전공의들은 전체의 37.9%였다. 그러나 현재 수련 중인 지역별로 나눠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비수도권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의 지방 근무 계획 비율은 73.2%에 달한 반면, 수도권 수련 전공의는 17.0%에 그쳐 두 집단 간 4.3배의 격차가 나타났다.
지역 수련을 선택한 이들이 꼽은 사유는 ‘연고지 또는 가족(64.9%)’, ‘출신 학교·병원 네트워크(44.3%)’ 등이 있었다. 반면 ‘지방 의료에 기여(12.6%)’ 사유는 매우 낮았다.
젊의연은 “전공의들의 지역 정착을 지탱하는 것은 관계와 보상이지, 제도적 호소가 아니다”며 “지역에서 수련한 의사가 지역에 남을 수 있게 지역 수련 및 양질의 경력 개발 경로를 만드는 데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 강제성 없는 제도 설계돼야 필수의료 거버넌스에 젊은의사 관심 높아질 듯”
내년 2월 시행돼 2033년 처음 인력을 배출하는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지역의사를 복무형과 계약형으로 나눠 운영한다.
이 중 복무형의 경우 선발전형 운영, 수학 지원, 의무복무 불이행 시 면허 제재 등 ‘통제’ 방식에 집중돼 있고 교육·역할·배치·경력 경로 설계는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젊의연은 “의무복무를 마친 지역의사가 스스로 선택할 만한 양질의 경력 개발 중심 계약형이 뒤를 받쳐줘야 복무형도 지역 정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관련 고시 제정 시 계약조건에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시하되 세부전문의 수련·연구 경력 인정 및 계약 종료 후 교원 임용 등 정규 임용 경로를 계약 조건에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필수의료 ▲거버넌스에 젊은 의사 참여 제도화 ▲지역 수련 투자 및 지역필수의료 재정 배분의 투명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젊의연은 “강제 배치로 만들어진 근무는 계약기간과 함께 끝나지만 함께 설계한 제도는 남는다”며 “지역의료 정책 수용성은 현장 당사자를 설득 대상으로 두지 않고, 설계 주체로 거버넌스 안에 포함할 때 비로소 첫발을 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신설되는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에 지역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을 독립 항목으로 명시하고 배분 기준·집행 내역·성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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