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소아 응급·입원 진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소아의료 인프라 확충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특히 기존 공공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진료 역량 보강 수준을 넘어 소아환자 진료를 전담하는 별도 어린이병원을 건립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입원 진료가 어려워지고 지역에 따라 타 지역 원정진료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직접 공공 소아의료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모습이다.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은 충청남도다. 충남도는 14일 단국대학교병원과 ‘내포어린이병원 건립 및 위탁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충남도는 병원 건립과 행·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단국대병원은 진료체계 구축과 의료인력 확보 등 운영 준비를 담당한다.
내포어린이병원은 홍성군 홍북읍 내포신도시 의료시설용지에 총사업비 487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5326㎡ 규모로 건립 중이다.
소아 전용 응급실을 비롯해 외래 진료실과 입원 병동 등을 갖추며 오는 2028년 4월 준공 후 시운전을 거쳐 같은 해 10월 문을 열 예정이다.
당초 42병상으로 계획됐던 입원병상은 교차감염 예방과 보호자 선호 등을 고려해 30병상으로 조정됐다. 1인실 10실, 2인실 4실, 4인실 3실 등 총 17개 병실이 마련된다.
충남도가 구상하는 내포어린이병원의 역할은 단순한 외래진료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에서 경증 소아환자를 진료하고 중증·응급환자는 단국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과 신속하게 연계해 충남 서남부권에서 소아환자 진료가 완결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박수현 충남도지사는 “내포어린이병원이 문을 열면 소아환자와 부모들이 겪어온 절박함을 끊어내고 충남의 소아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든든한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북도, 김천혁신도시에 어린이병원 건립 추진
경상북도 역시 어린이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는 김천시 율곡동 혁신도시 일원에 김천의료원 분원 형태의 공공어린이병원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9월에는 ‘김천의료원 분원 공공어린이병원 건립 타당성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용역기간은 착수일로부터 8개월이며 경북도와 김천시가 비용을 분담한다.
용역을 통해 적정 병상과 진료과목, 운영방식, 경제성 등을 검토한 뒤 2027년 상반기 보건복지부 지역거점 공공병원 기능보강사업 공모에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천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14일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을 만나 ‘김천혁신도시 어린이병원 건립사업 추진서’를 전달하고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송 의원은 김천을 비롯한 경북 서부권의 부족한 소아의료 인프라로 인해 응급·입원 진료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린이병원 건립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김천혁신도시의 경우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젊은 인구가 유입됐지만 정주에 필수적인 소아의료 기반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지역사회의 판단이다.
경북도 역시 김천의료원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을 추진하는 등 기존 의료원의 소아진료 역량 확충과 별도의 어린이병원 건립을 병행하고 있다.

부산도 486억 투입…2028년 공공어린이병원 개원
부산시도 일찌감치 공공 어린이병원 건립에 뛰어들었다. 부산시는 부산의료원 내 총사업비 486억원을 투입해 50병상 규모 어린이병원을 건립하고 있다.
연면적 8300㎡ 이상, 지하 3층·지상 3층 규모로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소아재활의학과, 소아치과, 영상의학과 등 5개 진료과가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24시간 소아 응급환자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중증장애 아동을 위한 특성화 진료센터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부산시는 이미 보건복지부 지역거점 공공병원 기능보강사업을 통해 건축비 절반에 해당하는 국비 225억원을 확보했다. 목표 개원 시점은 2028년이다.
올해 3월에는 부산시와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응급·야간·중증 소아환자 진료를 포함한 공공어린이병원의 구체적인 기능과 운영모델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다만 병원 건립 자체가 소아의료 공백 해소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진의 안정적 확보가 관건이지만 최근 의료인력 상황을 감안하면 장담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수도권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전공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공공 어린이병원이 충분한 의료진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24시간 응급 및 입원진료 유지, 고질적인 저수가 등 어린이병원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운영 적자 부담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 어린이병원 원장은 “지자체의 어린이병원 건립이 소아의료 공백 해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건축비는 물론 의료인력 확보와 운영비 지원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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