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과 맺은 합의와 주거지역 내 장례시설 설치 제한을 이유로 요양병원 장례식장 영업을 막은 밀양시가 법원에서 패소했다.
창원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곽희두)는 지난달 29일 A의료법인이 밀양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장례식장 영업신고 불수리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의료법인은 지난 2023년 10월 밀양시의 제1종일반주거지역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 요양병원을 건립해 운영해 왔다.
앞서 병원 건립을 추진하던 2021년 12월 인근 마을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주민대표 2명과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주민동의 없이 장례식장을 개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병원 차량 마을 안길 이용을 제한하고 발전기금 2500만원을 기탁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후 A의료법인은 병원 지하 1층에 931㎡ 규모 장례식장을 설치하고 지난해 12월 밀양시에 영업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이 반대 진정서를 제출하자 의료법인도 임직원·주민 94명의 찬성 서명을 냈다.
밀양시는 올해 1월 영업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원이 위치한 제1종일반주거지역에서는 장례시설을 설치할 수 없고, 의료법인이 주민들과 체결한 합의를 지키지 않아 주민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A의료법인은 경상남도행정심판위원회에 처분 취소를 구했지만 지난 3월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밀양시가 내세운 두 가지 거부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우선 해당 장례식장은 독립된 장례시설이 아니라 요양병원에 딸린 시설이므로 주거지역에서도 설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의료법 시행규칙상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은 장례식장을 설치할 수 있지만 면적은 병원 전체 면적 5분의 1을 넘어서는 안 된다. 이 병원은 연면적 6677㎡에 장례식장 931㎡로 기준을 충족했다.
재판부는 “해당 장례식장은 의료시설 부수시설로, 제1종일반주거지역에서도 적법하게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과 작성한 합의서를 이유로 영업신고를 거부한 것 역시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관련 법령에 장례식장 영업신고 때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병원 건축허가나 개설허가 당시에도 장례식장 설치를 금지하거나 주민동의를 받도록 하는 별도 조건은 없었다.
재판부는 “주민들과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장례식장 영업신고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법정 요건을 갖춘 영업신고라면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없는 한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는 취지다.
주민들이 우려한 생활환경 피해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장례식장은 병원 지하에 위치하고 출입구와 차량 진출입로도 주택가가 아닌 건물 뒤편에 마련됐다. 빈소는 3개이며, 주차공간도 기존 22면에 40면을 추가해 총 62면을 확보했다.
밀양시는 교통 혼잡과 소음, 주변 주택의 재산가치 하락 등을 우려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우려만으로 영업신고를 거부할 만큼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 유족 장례 편의성이라는 공익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밀양시가 내세운 거부 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아 영업신고 거부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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