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평가제가 오히려 '규제'…업계 "개선"
신기술 특수성 반영한 '제도 마련 필요' 공감대 확산…정부, 절차 개선 속도
2024.09.25 05:46 댓글쓰기



신의료기술평가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의료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하고,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주최하는 '새로운 의료기기의 시장진입 절차 개선 공청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건강보험 급여 및 비급여에 등재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보험권 내 진입시키기 위해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췄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질병 치료, 검사 등 의료인 새로운 의료행위가 기존 방법보다 동등 이상 안전성과 유효성이 있다고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될 경우 평가에 통과된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디지털 치료제 등 의료산업이 종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제도는 신기술 특수성과 산업 발전 속도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제도적 한계로 오히려 환자들 치료기회가 박탈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날 공청회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화장품산업단 윤태영 팀장은 신의료기기 시장진입 절차 현황과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현행 제도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팀장은 "국가마다 의료시스템이 달라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시스템이 자동 전이되기는 힘들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기업들 애로사항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새로운 의료기술이 공공보험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임상적 안전성 및 유효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평가 절차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윤 팀장은 "새로운 혁신 의료기기가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절차 개선 등을 통한 기회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오상윤 과장은 "신의료기술평가제도 개선으로 국민이 혁신적 신의료기기 혜택을 조기에 누리고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날 오 과장은 "강화된 임상평가를 통해 충분한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절차 간소화 등 시장진입 관련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 새로운 의료기기가 신속하게 환자에게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신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려면 '의료기기 인허가-신기술 여부 확인-신의료기술평가-건보 등재' 등 4단계에 걸쳐 최대 490일이 필요하다.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 같은 허들을 넘어야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의료기기 업체 희망시 인허가와 신기술 여부 확인을 동시에 진행, 80일 내 마무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통과한 신의료기기는 3년간 비급여로 사용하는 식으로 시장 '선(先) 진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임상 자료를 모아 신의료기술평가와 건보 적용 심사를 일괄 진행한다. 그 후 급여·비급여 여부를 결정해 시장에서 계속 쓸 수 있게 한다.


특히 오 과장은 ▲안전성 강화 ▲환자 및 소비자 선택권 확대 ▲산업 활성화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제도 개선 방향성을 짚었다.


우선 선진입을 희망하는 혁신적 신의료기기 허가시 임상평가 강화해 국제기준에 부합토록 개편한다. 기존에는 임상시험 자료 중심으로 평가 및 허가를 했다면 개선 후에는 임상 경험과 국내외 임상문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또 혁신적 신의료기기 허가시 대상질환과 사용법을 구체화해서 허가한다. 독립적 활용도가 높은 새로운 의료기기 품목들에 대해 특정대상질환을 명시해 허가할 계획이다.


나아가 의료기기는 식약처 허가 후 별도 선정 절차 없이 즉시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기간(3년) 사용 후 일괄적으로 신의료기술평가 및 건강보험급여여부 평가를 실시하는 방식도 추진한다.


특히 의료기기 퇴출기전도 마련한다. 오 과장은 "신의료기기 부작용 관리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임상현장 실사용 중 환자 사고가 발생할 경우 퇴출기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그 중에서도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평가 방안 마련에 힘이 실렸다.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의료인으로서 의료기기 검증 과정은 상당히 불안하다"며 "업체는 의료를 모르는 공학자가 대부분이며 검증 과정에 참여하는 수탁업체도 영세해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의료기기는 환자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주는 도구이기에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할지가 중요하다. 의료기기 효능과 안전성, 부작용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교육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준명 메디컬에이아이 대표는 "엄격한 인허가를 거쳐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 공감한다. 글로벌 기준에 맞춰서 한국도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그간 새 의료기기 시장진입 시 충분한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절차를 간소화하고자 부처간 협업을 통해 식약처 인허가와 신의료기술 평가를 아우르는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반영해 관련 시행규칙 및 규정‧지침 등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남희 의료기기안전국장은 "AI 등 혁신적인 신기술을 의료기기에 활용하려는 업체들이 시장 진출 시에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규제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환자 치료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지만 안전성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신의료기기 시장진입 활성화'와 '의료기기 안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개선방안 완결성을 높여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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