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가 일주일 남은 가운데 가족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인 한미사이언스가 모녀가 속한 3인연합 측인 한미약품 경영진을 고발하며 압박하자, 한미약품도 형제 측을 고발할 방침이다.
20일 한미약품은 "최근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자사 임직원을 잇따라 고발한 것에 대해 주요 관계자를 무고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또, 내용을 왜곡 가공해 지속적으로 언론사에 제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업무방해 및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지주사의 릴레이 고발은 다가올 임시주총에 영향을 주기 위한 시도"라며 "임시주총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이 고발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 착수를 수사기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임종윤 사내이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코리그룹은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특정경제 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한미약품이 이사회 승인·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2022년 42억 원, 2023년 60억 원, 올해 상반기 17억 원 등 총 119억 원의 기부금을 제공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 하고, 한미약품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다.
이어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지난 15일 송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 대표 등을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3인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회사 로고를 도용하고 거짓 정보로 주주에게 잘못된 판단을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은 "지주회사의 한미약품에 대한 업무방해 행위 등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소, 고발을 자제해 왔으나 왜곡된 정보들로 인해 주주들이 영향을 받는 상황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처음으로 고발장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시주총을 앞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오는 11월 28일 개최 예정인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3인연합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3인연합이 임시주총에 상정한 안건은 이사회 구성원 수를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과 신동국‧임주현의 신규이사 선임안이다.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ISS는 3자연합이 현재 가버넌스 구조에 문제가 있고, 사업 실적에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왜 그렇다는 것인지에 대해 이해할만한 답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정관 변경을 위해서는 주총 참석 의결권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한미사이언스에서 형제 측 우호지분이 총 32.07%에 달해 사실상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19일에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이 열린다. 의안은 △박재현 대표 사내이사 해임 건 △신동국 회장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건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 건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 사내이사 선임 건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지분 41.42%를 보유 중이며 이어 국민연금이 10.02%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에 따라 한미약품 경영권 향방이 그려질 전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 이사 해임 요청 사유가 설득력이 없어 보이자 오는 12월 19일로 확정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말도 안되는 다양한 비위 행위를 조작해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등의 해임 사유를 억지로 만들려는 저열한 행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