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과대학에서 헬스 트레이너, 필라테스 강사 등 비의료인을 상대로 하는 유료 카데바(해부용 시신) 해부학 강의가 이뤄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수조사 결과를 내놨다.
조사됐던 63개 의과대학 중 17곳에서 외부기관과 연계한 교육이 시행됐다. 특히 4개 대학에선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 전공자 외에 체육전공자 대상 4건의 교육이 진행됐다.
정부와 국회는 해부용 시신 제도 개선안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영리적 목적 사용 제한과 의대 증원에 따른 수급 조정 등이 이에 반영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의 기증 시신 사용 현황을 파악코자 6월 17일부터 7월 12일까지 약 한달간 의과대학 63개소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해부 교육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63개 의과대학 제출 자료에 따르면 총 4657구의 기증 시신은 의과대학 학생 및 의사(전공의, 전문의)인 의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대부분 사용되고 있었다.
2113구(45.4%)는 전공의와 전문의 등 의사, 1610구(34.6%)는 의대생 교육에 활용됐다.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계열 전공자는 867구(18.6%), 검시관·구급대원·체육전공자 등 기타 인력은 67구(1.4%)를 사용했다.
해부 교육은 의사 589건(54.7%), 의대생 211건(19.6%) 이었으며 보건의료계열 전공자 251건(23.3%), 기타인력 26건(2.4%) 등 총 1077건 실시됐다.
의사단체(학회, 연구회), 타 대학, 민간교육업체 등 외부기관과 연계해 교육을 시행한 의과대학은 17개 대학이었으며 이 가운데 4곳은 의료기기업체, 민간교육업체 등과 연계한 교육을 시행했다.
의사 160건, 간호사 1건, 물리치료 전공자 1건, 체육전공자 4건의 교육이 진행됐으며 총 587구의 시신이 사용됐다.
복지부, 해부교육 타당성·윤리성 '사전 심의 의무화' 등 제도 손질
복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학교육 및 기증 목적에 맞게 기증된 시신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해부 교육 타당성과 윤리성 등에 대한 사전 심의 의무화를 추진한다.
또 ▲영리목적·목적외 시신 이용 금지(알선업체 처벌 포함) 및 ▲시신 기증·교육 현황 보고 의무화를 통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에선 관련 법안 개정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의과대학의 장이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체 해부의 참관을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체해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개정안에서도 시체 해부 참관을 위해 의과대학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에 더해 의료인 및 간호조무사, 약사 및 한약사, 의료기사, 응급구조사 등을 우선적으로 허가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 시체 해부를 영리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복지부는 영리적 이용 금지 외에도 카데바 수급 부족 대책도 세우고 있다. 급격한 의대 증원으로 인해 향후 의대생들이 실습에 활용할 시신이 부족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조치다.
카데바가 부족한 의대가 다른 곳에서 카데바를 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 여러가지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카데바 이용과 관련해 기증자와 유족의 동의 여부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의학 발전과 기증자 및 유족의 숭고한 뜻이 보다 존중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 학회 등과 협의를 거쳐 제도 개선과 관리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