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023년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각 학회들이 천착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특히 고질적인 전공의 기피과들은 수련기간 단축 등 여러 묘책을 강구하고 있다.
대한비뇨의학회는 최근 고령화 시대에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오는 2035년부터 부족하다는 전망이 나오자 전공의 증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4월 대한비뇨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국내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과잉 상태지만 2035년부터 공급부족 현상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위원이 현재 전문의 현황과 증감세 등을 토대로 비뇨의학과 전문의 공급 추계를 예측한 결과, 면허를 가진 전문의는 2025년 3122명에서 2045명 347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가용인력이나 활동 전문의, 임상·비임상 전문의는 기존 전문의 은퇴율 증가 등의 영향으로 모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증가율로 계산한 선형모형을 적용했을 때 2025년 기준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472명까지 비뇨의학회 전문의 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2030년부터는 공급 부족으로 전환돼 최소 1149명에서 최대 1925명까지 전문의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선형모델을 적용했을 때 비뇨의학과 전문의 공급 대 수요 비율은 ▲2025년 1.30 ▲2030년 1.12로 ‘과잉’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2035년에는 0.94로 공급부족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비뇨의학회 박관진 수련이사(서울의대)는 “전공의 수 조정은 회원 설문조사와 공청회 등 추가 논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써는 증원하는 방향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뇨의학회는 지속되는 전공의 기피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수련기간 단축 승인까지 받은 바 있지만 수련 부실화 등을 우려해 도입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응급실 인력난 신경과, 봉직의 반대에 ‘증원’ 보류
대한신경과학회는 대학병원 임상교원 비중이 높았던 신경과 전문의들이 개원가로 향하면서 인력 부족을 막기 위해 전공의 증원을 계획했지만 봉직의 반대가 심해 보류했다.
대한신경과학회 김재문 이사장(충남대병원)은 지난 춘계학술대회에서 "대학병원 응급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시적인 전공의 정원 확대를 복지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재문 이사장은 “10년 전만 해도 대학병원 전문의 비중이 70% 정도였지만 개원의와 봉직의 비율이 증가하며 인력난이 심각해졌다”며 “전체 전문의 9만1048명 중 신경과는 2033명으로 2.2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학회가 조사한 23개 상급종합병원 1년 차 전공의 1인당 응급진료 현황을 살펴보면, 1년 차 신경과 전공의 1명이 연간 1834건의 진료를 소화하고 있었다. 모든 전문과목 중에서도 가장 많았다.
하지만 당시 전공의 증원 소식을 접한 봉직의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격무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학회는 의사회 등과 논의를 통해 전공의 증원 정책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 윤옹융 회장은 "학회의 전공의 정원 확대 계획에 봉직의들의 상당한 반발이 있었다"며 "급진적 변화 보다는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증원된 전공의들에 대한 일자리 창출과 처우 개선 등 세부 문제에 대해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학회와 의사회 회원 간 입장 차를 좁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병리학회, ‘서브인턴제 활용·수련기간 단축’ 고심
기피과 중 하나인 병리과 역시 저조한 전공의 지원률을 개선하기 위해 서브인턴제 활용과 수련기간 단축 등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조직·세포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병리과는 2022 전공의 모집에서 데일리메디가 조사한 86개 수련병원에 총정원 73명 중 30명만이 지원하며 0.41:1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빅5’ 병원들도 병리과는 대부분 미달 신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만 정원(각 4명)을 간신히 충족했다.
단일 병원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모집한 서울대병원은 정원 5명에 3명이 원서를 접수하며 0.6:1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세브란스병원 0.5대 1 ▲가톨릭의료원 0.4대 1이었다.
이에 대한병리학회는 2022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전공의 지원률 개선 방법을 논의하며 서브인턴제도와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 등을 제시했다.
충북의대 병리과 이호창 교수는 "지난해 전공의 모집 결과 결핵과나 예방의학과와 같이 소인원을 뽑거나 집계가 어려운 과를 제외하면 병리과는 지원율이 뒤에서 4위를 기록했다"로 푸념했다.
이어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공의가 2인 이상 지원하는 병원은 일명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과 지역거점국립대병원 중 큰 곳만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공의특별법으로 인턴 또한 근무시간이 많이 줄어 병리과는 인턴기간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1주일밖에 안 되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병리과가 없는 병원은 방학 중 1~2주 실습할 수 있는 서브인턴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좋다”며 “서브인턴은 성적 스트레스가 적고 관심 과목을 경험하기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지원률 개선을 위해 학회들이 고민 중인 ‘수련기간 3년제’ 도입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아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연세의대 병리학과 임범진 교수는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이 수련기간을 단축했는데 이들의 전공의 지원율이 개선됐느냐”며 “오히려 소아청소년과는 이전보다 더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련기간을 3년으로 단축한다고 지원율이 늘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근본적 문제인 수가 인상이나 전공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