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국민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위상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존 보건복지부의 외청인 ‘청(廳)’ 승격을 넘어 국무총리실 산하 ‘처’, 다시 이를 뛰어 넘은 보건부 독립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행안부)·보건복지부 등은 입법예고 후 여당의 집중 질타를 받으며 ‘눈치 보기’에 나선 형국이다.
이와 관련, 당정청은 오늘(15일) 오전 당정 회의를 갖고 "질본을 청으로 승격하고, 국립보건연구원 등 연구 기능을 복지부에 이관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추이가 주목된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 정국에서 질본 개편과 관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총 7건 발의됐다. 특기할 점은 당초 질본 ‘청’ 승격을 넘어 ‘처’, 나아가 보건복지부를 보건부·복지부 등으로 분리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는 점이다.
우선 질본의 청(廳) 승격을 포함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신현영·정춘숙·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했다. 주요 골자는 질본을 청으로 승격시켜 주요 질병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보건복지부 내 보건과 복지 분야를 전담하는 차관을 한 명씩 둔다는 것이다.
질본을 복지의 ‘외청’으로 남긴다는 것인데, 이 같은 목소리는 행안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나오면서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행안부가 입법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질본 산하의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 산하로 옮기면서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하는 것인데, 이 경우 질본의 인력·예산 등은 청 승격 이후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를 불러 온다.
특히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실 교수 등 의료계는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질병관리청이 제대로 할 수 있는 연구조직이 만들어지냐”라며 “논의 초점이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견해를 분명히 나타낸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 및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정치권에서도 주요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을 비롯해 여당 주요 의원들로부터 ‘부처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질본이 복지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게 됐고, 청 승격이 아니라 처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에 이른다.
제20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을 지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은 소속된 부의 외청으로 통제 범위 안에 있지만, 처의 경우 총리령 제정 및 개정 권한을 거쳐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질병예방관리처’로 개편을 포함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
서정숙 미래통합당 의원도 기 의원과 마찬가지로 질본을 처로 승격해 독립성·전문성을 보장토록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아울러 질본 개편안 논의 중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질본 개편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떨어지지만 의료계 등에서는 보건복지부 인원 구성 및 관심이 지나치게 ‘복지’에 쏠려 있다는 점이 여러 차례 지적됐고, 이 때문에 보건부 설립의 정당성이 주장돼 왔다.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은 보건복지부를 의정·약정·보건위생·방역·건강정책 및 건강보험·보건산업 등을 전담하는 ‘국민보건부’와 생활보호·자활지원·사회보장·아동과 노인 및 장애인에 관한 사무를 소관하는 ‘복지부’로 구분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당정청, 질본 청 승격 및 보건연 질본에 존치 가닥
한편 당정청은 15일 회의를 열고 질본을 차관급 외청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국립보건연구원(보건연) 등 연구 기능도 존치키로 했다.
하지만 앞서 상술했듯 여당 내에서도 '질본이 보건복지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인식이 있는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복지부 소속인 질본을 차관급 외청인 질병관리청으로 신설해 감염병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 지정하고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하겠다"며 "보건연은 현행대로 질병관리청 소속 기관으로 존치해 감염병 대응 역량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진영 행안부 장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