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위기' 현실화…최전선 응급실부터 '균열'
치료 못받는 '응급실 뺑뺑이' 피해자 속출…정부 "현재까지는 문제 없다"
2024.10.14 05:14 댓글쓰기

의정갈등 장기화에 응급의료 붕괴가 시작했다. 응급실을 찾지 못한 환자가 사망하고, 임신부가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는 등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응급의료 위기가 시작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응급실 이상무”이라며 현실과 괴리되는 말만 되풀이 해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생사 갈림길 선 환자들, 소생 기회 상실


기초수급자였던 A씨는 무더위가 절정이었던 지난 7월 30일 서울 쌍문동 한 편의점에서 냉장고 속 음료를 꺼내던 중 쓰러졌다. 


출동한 소방 구급대원이 A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으나 14곳에서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급대가 출동한 지 1시간 30여분이 지나서야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지만 A씨는 병원에서 ‘열사병’ 진단 직후 숨을 거뒀다.


낮 최고기온이 36도였던 지난 8월 20일에도 60대 여성이 체온이 40.3도에 이르는 등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구급대원들이 병원 이송을 시도했지만 병원 19곳에서 모두 받아주지 않으면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사고 발생 1시간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한 시간 뒤 사망했다.


같은 달 15일 새벽에는 충북 음성군에서 임산부가 갑작스레 분만 통증을 호소해 구급대가 출동했으나 청주와 충남권 등 27개 병원으로부터 거절당하며, 구급차 안에서 출산해야 했다.


출산 후에도 수용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80여km 떨어진 경기도의 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의료사태 7개월, 과부화 응급실 ‘엑소더스’


응급의료 파행 원인은 우선 인력 부족에 있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 병원들도 응급의료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공의들마저 빠져 나가면서 응급실 기능이 마비 상태다.


일례로 아주대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당초 14명이었으나 올해에만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현재 남은 의사들 중 4명도 최근 사직서를 낸 상황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9월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했고, 건국대 충주병원도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7명 전원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응급의학회 민진홍 보험이사는 “지방의료원 야간 응급실은 멈춤 상태”라며 “환자 수가 적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이 날 수가 없고, 자연스레 인원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방병원 응급실에서 체감하는 법적 책임 부담도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응급환자를 살려놓으면 보호자가 서울에 다니던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한다. 상태가 불안정해 이송을 거부했다가 안 좋아지면 3달 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다. 이게 지방의료 현실”이라고 말했다.


尹 “응급의료 가동 원활” vs 醫 “직접 119구급차 타보길”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응급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라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29일 국정브리핑에서 “비상응급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의료체계 위기설을 “의대 증원을 완강히 반대하는 측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현재 408개 응급의료기관 중 제한된 시간 진료했던 곳이 5곳이고, 그 중 2곳은 24시간 운영을 재개했다. 2곳은 9월 1일 정상화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료기관이 붕괴한다든지, 도미노로 운영이 중단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고 국민 불안을 증폭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정부가 전국 응급실 대부분에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정부가 생각하는 위기는 문 닫는 것이고, 문만 열려 있으면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문을 열어도 기능을 못하면 그게 위기”라고 덧붙였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논평을 내고 “응급실이 문을 열고 있다고 해서 모든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심각한 정보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영상의학과 진성찬 전문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배후진료과 의료진으로서 과도한 업무 부담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낮에 일하고 밤에도 온콜 때문에 새벽 시간대에 불려나오곤 한다. 별 생각이 없으니 버티고 있지 앞으로는 못할 수 있다. 이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4억 의사’를 언급하는데, 그곳에 안 가는 이유는 365일 콜을 받으면 죽을 것 같기 때문”이라며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아닌 사명감만 강요하면 그 시스템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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