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의료 현장에도 이 같은 흐름이 확연해지고 있다.
의료진들은 업무 효율성 높이기 위해 AI를 적용하는 비율이 높아졌고 젊은 의학도들 역시 현장 투입 전에 AI 활용법을 배우기 위한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AI로 진단‧판독 넘어 질병 예측‧관리 영역까지
한림대의료원(의료원장 김용선)은 "지난 2020년부터 의료 AI 예측모델 개발에 돌입해 현재까지 국내 의료기관 중 가장 많은 42개 모델을 개발, 적용했다"고 3일 밝혔다.
한림대의료원은 올해 안으로 4개 AI 예측모델을 더 개발, 진료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헬스케어 분야 AI는 상담이나 진료를 위한 AI 챗봇, 이미지 인식을 중심으로 한 진단 목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림대의료원은 진단·판독에서 더 나아가 지난 2020년부터 AI를 활용해 질병 예측과 관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특히 의료원 산하 정보관리국은 환자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병원에서 쉽게 발생하는 질병·사고 우선순위를 정해 AI 예측모델 개발을 구상했다.
먼저 AI 딥러닝·머신러닝 신기술 확보를 위해 자체 내부강사를 육성한 뒤 커리큘럼을 만들어 정보관리국 개발자 대상으로 내부교육을 시행했다. 이후 교육에서 개발자들이 액션러닝을 시행하며 AI 예측모델을 개발했고 이를 디지털종합의료정보시스템(Refomax)에 탑재, 지금의 예측모델을 만들었다.
그렇게 개발된 42개 AI 예측모델은 국내 의료기관 중 최다 개발 및 적용 건수로, 이들 모델의 평균 예측률은 87%다.
한림대의료원 관계자는 "전자의무기록(EMR)에서 평균 10년치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률을 높일 수 있었다"며 "진료과, 나이, 성별, 진료요일, 진단코드 등 학습변수(데이터)를 분석 및 가공해 최적화된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개발한 AI 예측모델은 ▲낙상·욕창 예측모델 ▲투석환자 동정맥루 혈관 협착 예측모델 ▲정맥염 발생 예측모델 ▲고혈압 합병증 예측모델 ▲당뇨병 합병증 예측모델 ▲CRE·CPE 감염 발생 예측모델 ▲응급실 내원환자 욕창 발생 예측모델 ▲섬망 발생 예측모델 등 응급환자·외래환자·입원환자에게 쓰인다.
AI 예측모델 도입으로 의료진 업무 효율성 증대
이들 AI 예측모델은 의료진이 처방전달시스템(OCS)에서 환자 정보를 조회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발생 가능성을 계산해 제시해준다. AI가 매 순간 변하는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발생 가능성을 계산하며, 이 예측값에 따라 환자를 고·중·저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일례로 입원환자의 흡인성 폐렴 발병 위험을 예측모델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질병 발생 전에 이를 대처할 수 있게 돼 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AI 예측모델 환자경험 사례로 보호자 김미숙 씨(59세·가명)는 "폐렴으로 입원한 남편이 연하곤란(삼킴장애)이 찾아올 때쯤 병동 간호사분이 한걸음에 달려와 기도 유지기를 삽입 후 신속하게 구강 흡인을 해주며 흡인 예방을 위한 교육과 설명을 해준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장경희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간호팀장은 "흡인성 폐렴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 덕분에 노인 등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관리가 가능해졌다"면서 "이 AI를 통해 흡인성 폐렴 외에도 연하장애나 흡인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응급상황을 예방하는 활동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예측모델은 환자안전뿐만 아니라 의료진 업무 효율성도 크게 높였다.
실제 지난 8월 한림대강남성심병원 108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7%가 AI 예측모델 도입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만족하는 이유로는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서', '365일 24시간 맞춤형 환자관리가 가능해져서', '환자 중증 발생이 낮아져서', '기존보다 업무 편리성이 높아져서‘와 같은 업무 효율성·환자 관리 증대 부분이 많았다.
임은주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간호부장은 "환자와 환자 보호자도 기존에 막연하게 받아들였던 안전사고 위험률을 수시로 접하다 보니 더욱 경각심 있게 인지하게 됐다"며 "AI 예측모델 도입이 실제 환자안전사고 발생 감소로 이어져 안전한 병원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