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진단서 없는 강제이송, 가족 요청 있어도 감금죄'
사설 이송업체 직원들 항소심도 유죄…'진단서 등 요건 확인해야'
2019.04.18 16:57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가족의 요청이 있더라도 입원 진단서 없이 환자를 강제로 이송했다면 감금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18일 주거침입과 감금죄로 기소된 사설 응급센터 지점장 A씨와 센터 직원 B씨에게 각각 징역 10개월과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형 집행을 2년간 유예했다.


피해자 C씨의 오빠는 여동생이 평소 가족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점을 이용해 동생을 강제 입원시키기로 하고 A씨 등에게 이송을 의뢰했다.


A씨 등은 여동생의 아파트에 찾아가 강제로 그를 끌어낸 뒤 정신병원에 데려가 수 시간 동안 입원시켰다. 여동생은 그날 저녁 아들이 찾아와 집으로 돌아갔다.

 
A씨 일행과 강제입원을 의뢰한 C씨의 오빠 등은 공동주거침입, 공동감금 등의 혐의로 모두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A씨와 B씨는 "그간 가족들로부터 정신질환자를 병원까지 이송해달라고 요청받으면 관행적으로 보호 의무자(가족) 2인의 요청이 있는지만 확인했고 따로 전문의 진단서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항소했다. 주거침입이나 감금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강제입원이나 입원을 위한 이송 과정에서도 정신건강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는 필수적으로 준수돼야 한다며 이들의 무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신건강법에 따르면 정신병원장은 보호 의무자 2명 이상이 신청한 경우로서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에 해당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2001년 가족의 동의가 있더라도 강제입원을 위해선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는데도 여전히 사설 업체에서는 가족의 요청만으로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이송하는 관행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절차에 관해 법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 이런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보호 의무자가 요청한 경우라도 강제이송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하고, 이송 담당자는 이를 확인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엔 처벌된다는 점을 명백히 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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