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보건복지부가 전격 발표한 신의료기술평가 관련 개선안을 두고, 의료기기 업계로부터 강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겉모양만 그럴듯할 뿐 실제 개선된 사안은 아무 것도 없다는 지적이다.
신의료기술평가는 대표적인 이중규제 항목으로 지적 받아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허가를 받아도 신의료기술평가 항목으로 지정받을 경우 재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양급여 신청 기간까지 감안할 경우 제품 상용화가 최소 1년 이상 늦어짐으로써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 큰 걸림돌이었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업계는 수년째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아예 신의료기술평가를 철폐하자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A사 관계자는 “전 세계 의료기기 업체들은 신속히 제품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 우리만 뒤처지고 있다”며 “물론 국민건강 안전이 최우선이다. 문제는 현행 제도가 복지부와 식약처의 부처별 보이지 않는 갈등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B사 관계자 역시 “정부기관(식약처)에서 한 번 통과된 서류를 도대체 왜 재평가를 해야 하는가”라며 “청와대에서 이중규제 철폐를 외치고 있으나, 업계와 접점에 있는 일선 공무원들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복지부가 내놓은 개선안에 대해서도 불만은 여전하다. 오히려 식약처보다 신의료기술평가를 소관하는 복지부 및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권한이 더욱 강화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식약처 임상시험 자료가 있을 경우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요양급여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세부 항목에 ‘자문회의 결과를 통해 또 다시 신의료기술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음으로써 이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문회의 평가 기준이 외부적으로 공개된 내용은 거의 미비한 상태다. 즉, 회의 구성원 간 내부적 합의로 얼마든지 식약처 임상시험 외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두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C사 관계자는 “복지부가 업계의 희망사항을 잘 이해 못하고 있다”며 “수입사보다 가난한 제조사가 문제다. 자금력 및 전문인력이 부족한 국내 사업의 현실을 분명히 알면서 이중으로 서류 심사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개정안에 내세운 것처럼 식약처 허가를 인정하겠다면 곧바로 심평원으로부터 급여 절차를 밟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비급여 판매를 허용해 임상시험 관련 재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용목적, 대상 등 이미 식약처 인허가 허가증에 나온 항목을 NECA에 또 다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열악한 국내 제조사는 여전히 신의료기술평가에 발목이 잡힐 수 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C사 관계자는 “식약처는 ‘허가 길라잡이’와 같은 명확한 기준을 업계에 공개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자의적인 해석으로 충분히 식약처 허가를 뒤집을 수 있는 이번 개정안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