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신의료기술평가 개정안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는 개선된 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시민단체는 국민 안전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보건복지부 공고 제2014-640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 검토의견서’를 제출했다. 해당 공고가 바로 신의료기술평가 개정안이다.
협회는 이번 검토의견서에서 각 항목별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했다. 특히 수정안과 더불어 검토사유까지 상세히 기술함으로써 객관성을 높였다.
개정안에는 기존기술여부 평가신청을 받은 경우 의약단체 등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기존기술여부를 결정하도록 명시됐다.
이에 대해 협회는 “기존기술여부에 대한 평가 부분만 있을 뿐 여타 다른 결정 신청에 반영되어 있는 조정결정신청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기존기술 여부에 대한 평가에 대해 신청인의 이의가 있을 경우 30일 이내 조정결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일피일 늘어지는 요양급여 대상 신청 결정 기간에 대한 대비책도 요구됐다. 복지부는 식약처 품목허가·신고 이전에 기존기술여부 평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협회는 “기존기술여부 평가 결과로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이 아닌 요양급여대상 결정 신청을 해야 하는 경우 평가결과 통보일로부터 30일 이내 요양급여대상 결정 신청을 하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품목허가·신고일자가 아닌 평가결과 통보일로 기준을 세움으로써 빠른 요양급여 대상 신청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정·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비교할만한 대체기술이 없거나, 희귀질환 대상 항목은 제외한다는 내용은 아예 삭제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협회는 “미국, 유럽연합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허가 취득 및 의료기술평가를 실시할 때 기존기술과의 비교 임상을 강제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기는 윤리성, 비현실성 등으로 인해 비교 임상을 실시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현행 신의료기술평가에도 비교 임상문헌을 필수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개정안에 신설된 ‘보건복지부장관 전문평가위원회가 신의료기술 임상적 안전성 및 유효성, 문헌의 근거수준 등에 대한 심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평가한 경우에는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도록 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독소조항으로 폄하했다.
협회는 “현행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신의료기기에 대해 조기시장 진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제4차 무역투자활성화 대책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항목”이라고 날을 세웠다.
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에 관한 자료를 첨부해 허가받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신의료기술의 경우, 평가 과정을 추가로 거치지 않고 요양급여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고 형평성에 맞다”고 피력했다.
이에 앞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신의료기술평가 축소는 환자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의료기기 업계와 시민단체의 양 측 시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복지부에서는 의료기기산업협회가 제출한 개정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빠른 상용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이뤄나가야 할 것 아닌가”라며 “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시급해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