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 의지를 묻는 설문조사에 일반인도 참여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결광에 대한 객관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부터 회원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를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조사는 내달 3일 24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설문은 총 32개 문항으로, ▲의료 현안에 대한 관심도 ▲의료 현안에 대한 접근 경로 ▲각종 현안에 대한 인식 여부 조사 ▲응답자 개인이 중시하는 현안 선택 ▲개별 현안에 대한 투쟁 필요성 조사 ▲대정부 투쟁 필요성 여부 ▲투쟁 시 방법 조사 ▲투쟁 참여 여부 ▲응답자의 직역 및 전문과목 등으로 구성됐다.
의료계 각 현안에 대한 회원들의 인지 여부와 투쟁 필요성에 대해 파악해 향후 의협이 투쟁 방향성을 정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설문조사 문항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협 집행부가 방향성도 정해두지 않고 회원들에게 의견만 묻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의협 최대집 회장은 지난 26일 의협회관 앞에서 삭발을 감행하며 “설문조사는 회원들의 뜻을 모으기 위한 과제로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며 "집행부의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데일리메디 확인결과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에 일반인 참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문항 시작 전에 위치한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이용자 동의사항’에도 수집 개인정보 항목을 ‘E-mail 주소’로 한정하고 있었다. 의사면허 기입은 없었다.
개인정보 동의사항 마지막 부분에 ‘본 설문조사는 의사회원을 대상으로 합니다. 의사회원이 아닌 경우 참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는 문구가 있을 뿐이다.
응답자의 신분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문항은 설문조사 가장 하단에 있는 이메일 기입이 전부인 셈이다. 이마저도 허위로 작성해도 설문조사 결과 제출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 의료계 관계자는 “투쟁에 대한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이런 식으로 추진한다면 아무도 그 결과물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이메일 주소만 수집하는 게 맞지만 의사회원이 아닌 경우 이메일 주소나 IP주소를 통해 어느 정도 선별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