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모(ECMO)가 폐이식 수술 시간 단축과 함께 환자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클리닉 이진구 교수(흉부외과. 사진)는 최근 부산대병원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에서 에크모를 사용해 폐이식을 받은 환자와 기존 체외순환기를 사용한 환자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에크모를 사용해 폐이식을 받은 환자가 체외순환기를 사용한 환자보다 수술 성공률이 높았다.
에크모와 체외순환기는 장기가 기능을 거의 상실했을 때 쓰이는 대표적인 생명유지 장치로, 특히 에크모는 메르스 유행 당시 환자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 바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체외순환기(41명)와 에크모(41명)를 이용해 폐이식 수술을 받았던 환자의 치료성적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 1개월 후 생존율에서 체외순환기 이용환자는 75.6%를 기록했지만, 에크모 이용 환자는 95.1%로 더 높게 나타났다.
90일이 지난 시점에도 에크모 사용 폐이식 환자들이 평균 19.5% 이상 생존율이 높았다.
이 교수는 이러한 생존율 차이에 대해 치료약물 투여량과 수술시간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환자 혈액을 몸 밖으로 빼 이산화탄소를 거르고 산소를 첨가해 다시 넣어주는 과정에서는 혈액이 외부환경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체외순환기는 환자혈액을 기기내 수조에 모으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조 속 공기 접촉이 이뤄지는 반면 에크모는 폐쇄형 순환구조를 갖고 있어 몸밖으로 나온 환자혈액이 공기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
또한 체외순환기는 혈액응고 지연을 위해 수술 중 많은 양의 항응고제인 헤파린 투여가 필요한 반면 에크모는 상대적으로 더 적은 헤파린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수술 중 많은 양의 헤파린 사용이 환자의 출혈 위험성을 높인다”며 “에크모 수술에서는 출혈에 따른 수술 중 지혈치료 등으로 시간이 소모하지 않아 체외순환기 수술보다 40여분 단축됐다”고 말했다.
짧아진 수술시간 만큼 전신마취와 개흉에 따른 환자 부담을 줄여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향후 폐 이식 대기기간 동안 환자 건강과 생명유지 장치로 에크모의 적극적인 활용이 기대된다”며 “폐는 뇌사자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까닭에 많은 환자들이 긴 대기기간 동안 상태가 악화되는데 에크모를 사용해 이식장기가 나올 때까지 환자의 폐를 대체할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