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병원 모법답안 찾기 부민 '아직 목마르다'
정흥태 이사장, ‘전문성+공공성’ 비전 제시 총력···잇단 증축 중심엔 '환자'
2019.03.04 05:1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29병상으로 시작한 병원은 이제 1200병상을 훌쩍 넘겼다. 130평이던 건물면적도 28000평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시발점인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의 중심부인 서울에도 당당히 입성했다. 부산, 구포, 해운대, 서울에 이르기까지 4개 병원을 운영 중인 의료법인 인당의료재단 정흥태 이사장.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약적 성장을 일궜음에도 그는 여전히 목마르다. 변화무쌍한 의료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서울부민병원을 개원한지 5년도 되지 않아 해운대부민병원이 문을 열었고, 최근에는 본원 개념인 부산부민병원의 전면 리모델링을 마쳤다. 여느 병원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시도이지만 그는 해냈다. 그리고 모든 공사를 마무리 지은 후 자칫 무모해 보일 수 있는 행보의 중심에는 환자가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수익과 직결된 공간, 쾌적한 환경 제공 위해 과감하게 변화 
 
모름지기 병원계에서 증축이나 신축은 병상 수 증가를 의미하지만 부민병원은 이 같은 통념을 과감히 깨뜨렸다.
 
현재 증축 공사가 한창인 서울부민병원이나 최근 공사를 마친 부산부민병원 모두 공사 전보다 병상 수가 줄었다.
 
의료법 개정에 따른 병상 간 이격거리 확보와는 무관하다. 두 병원 모두 공사 전부터 법정 이격거리는 모두 확보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인실을 4인실로, 4인실을 3인실로 병상수를 줄였다. 예전보다 훨씬 넓직 넓직해진 병실은 이격거리가 최대 2m 이상인 곳도 다반사다.
 
수익과 직결된 공간을 과감히 내려 놓은 것은 오롯이 환자 때문이었다. 보다 쾌적한 병실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외국은 대부분이 1인실이잖아요. 우리나라 환자들도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자들 욕구를 파악하고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미래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기본입니다.”
 
정흥태 이사장은 잇단 공사의 중심에 철저히 환자를 생각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일반병상은 117병상에서 107병상으로 줄였다.
 
이 밖에도 전 병동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병문안 시간 이외에는 외부인 출입을 통제, 병원 내 감염 예방을 극대화 했다.
 
반면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움직이는 상태에서도 안면을 인식해 출입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 현재 시범 가동 중이다.
 
그는 이번 부산부민병원 리모델링은 제2의 개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대적인 변화였다단순한 시설 업그레이드가 아닌 환자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서울병원의 경우 ‘Life time communicare’라는 컨셉으로 증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병원이 치료할 때만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평생 서비스를 받는 공간으로 거듭난다는 개념이다.
 
진료시간 후에는 비어 있는 로비나 외래 공간을 지역사회에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문화행사 등 지역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전문병원지역거점병원 역할 확대
 
현재 부산부민병원과 서울부민병원은 관절전문이라는 정체성이 확고하다. 척추관절 환자들 비중 역시 절대적이다.
 
하지만 정흥태 이사장은 지역거점병원으로의 도약을 시도하는 중이다. 강점은 유지하되 지역민들이 언제든 상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종합병원을 지향한다.
 
그 일환으로 부산부민병원에 최근 내과 의료진을 대거 영입하는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특정 진료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류마티스내과를 포함해 소화기내과, 순환기내과, 신장내과, 내분비내과 등 내과가 5개 분과로 늘어났고, 소화기센터, 심혈관센터, 인공신장센터 등 10개의 전문센터를 운영한다.
 
서울부민병원 역시 최근 척추관절 분야 외에 다른 진료과 의료진을 대거 영입하면서 지역거점 종합병원으로의 면모를 갖춰가는 중이다.
 
정흥태 이사장은 환자들 덕분에 지금의 부민이 존재할 수 있었다이제는 환자들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역거점병원을 지향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아픈 부위에 해당하는 진료과를 찾아가는 시대에서 환자의 질환에 맞춰 치료하는 전문센터형 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혈관센터 개소, 지역응급의기관 지정, 최첨단 의료장비 도입 모두 지역거점병원으로의 도약과 궤를 같이 한다.
 
촌각을 다투는 심뇌혈관질환자부터 응급환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환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의료진 술기 수준 제고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인당의료재단은 지난 2015년부터 미국 최고 정형외과 전문병원인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와 협약을 맺고 선진 의료기술과 시스템을 전수받고 있다.
 
그는 이번 의료진 영입과 전문센터 강화를 통해 환자들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태부족, 이제는 늘려야
 
아무리 잘나가는 부민병원이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의료인력난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졌고, 경영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직원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흥태 이사장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직원들을 함께 가야 할 동반자로 인식하고 과감하게 처우 개선을 추진했다.
 
2017년 인당의료재단 산하 4개 병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18%였다. 한 해 수당으로 지급되는 액수만 40억원에 달했다.
 
물론 힘이 들지만 여력이 되는 한 지속적으로 처우 개선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환자 만족은 결국 직원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인 만큼 내부만족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의료인력 문제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던졌다. 특히 의사의 경우 의료계에서 금기시 된 증원필요성을 주장했다.
 
일선 중소병원들의 심각한 의사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의사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족한 의사를 힘겹게 채용하려다 보니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부민병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의료진 채용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대한전문병원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그의 시각에서는 의사수 확대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정흥태 이사장은 의료계에서는 의사수 증원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병원현장에서는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서라도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대형병원들의 분원 설치 등으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의사수는 십 수년 째 동결돼 있다이제는 정원 확대를 진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호인력난과 관련해서는 대형병원들의 대기문화에 일침을 가했다. 공공연한 비밀인 대기문화로 인해 간호사들이 중소병원은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간호사 채용에 대한 어려움 보다 이직에 대한 고충이 더 크다일선 중소병원들의 의료인력난에 대해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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