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2015년 메르스 사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등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감염 관련 사고에 부랴부랴 마련된 대책이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엇박자인 모양새다.
적절한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을 감염전담 의사로 채용해야 하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주소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A교수는 “다행히 감염 사고에 대비해 최근 들어 인력, 시설 등에 투자를 하는 등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지만 인력 채용에 있어서는 온도차가 느껴지고 있다”고 전했다.
A교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감염 사고에 대비한 실효성 있는 정부 정책이 뒤따라줘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대형병원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현 수가체계에서는 감염관리를 위한 비용이 보전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이 감염관리 전담인력을 고용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예컨대, 소모품만 구입해도 그야말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감염관리를 위한 전담인력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현재 의료법상에서는 300병상 이상의 요양기관에 감염관리 전담인력을 두도록 하고 있어 병상 규모가 아무리 커져도 1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할 필요성이 없는 셈이다.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감염관리 전담인력은 3.7명,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1.3명,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 0.7명, 전문병원 0.1명이다.
의료기관의 85%는 감염관리실을 설치하고 있지만 전담인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게 현 정책의 맹점이다.
때문에 감염전담 의사를 현실에 맞게 온전히 채용했을 때는 해당 기관에 차등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A교수는 “감염관리와 관련된 조직은 상대적으로 잘 갖추고 있으나 여전히 전담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300병상 미만 의료기관은 전담인력을 갖추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대형병원과 상급종합병원 간 감염관리 전담 인력에도 3배 가량 차이가 있다”며 “병원 규모와 유형에 따라 적정한 인력 수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감염일반관리료를 통해 전체 의료기관 감염관리 수준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B교수는 “현재 지급되는 감염전문관리료는 일종의 컨설팅 비용인데 환자 1일 입원에 따라 감염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에 대한 수가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행위별수가제가 아니라 일정자격을 갖춘 의료기관에 감염관리 활동 비용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르스와 같은 감염과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만 반짝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수가 마련을 통해 평소 의료기관에 전담인력을 충원하면 국내 의료기관의 전체적인 감염관리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는 "앞으로 감염전문가 적정 인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비롯해 감염전담의사 자격, 그리고 그 자격을 누가 인정할 것인지를 비롯해 총체적인 연구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복지부도 제도 개선의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만큼 감염관리수가 등 종합 대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