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건강보험 재정누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산업재해 은폐’에 대해 제도적 규제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가 연계되지 않아 명확한 추산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숨겨진 부당이득금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간 277억원에서 3218억원의 재정누수가 추산되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산재 은폐로 인한 재정누구 방지 방안(연구책임자 김진현 교수)’ 연구를 진행했고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먼저 건보공단의 2014년~2018년 9월까지 산업재해 관련 부당환수 자료를 살펴보면, 산재환자임에도 부당하게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아 환수된 금액은 2014년 66억원, 2015년 65억원, 2016년 70억원, 2017년 75억원, 2018년 1월~9월 58억원으로 나타났다.
즉, 4년 9개월간 총 334억원이 환수조치 된 것이다. 여기서 수진자 부당이득 환수금액은 127억원, 사용자는 208억원으로 집계돼 사용자측 부당이득이 62.1%를 차지했다.
부당이득 환수금액 상위 5위에 속하는 산업재해 질환은 손상, 근골격계, 신경계, 근골격계(한방), 순환기계로 조사됐다.
이 밖에 피부질환, 눈질환,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우울병 에피소드, 수면장애, 혈액장애 등도 산재 관련 질환 목록에 포함됐다.
이에 연구진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증 산재 다빈도 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진료자료 등을 토대로 산재 은폐 재정누수 금액을 거시적, 미시적 모형을 활용해 추계했다.
거시적 추계모형은 전체 진료비 총액을 기준으로 건강보험 재정누수 규모를 총량적으로 추계하는 방법이며 미시적 추계 모형은 진료비의 세부항목별 방정식을 구성하여 건강보험 재정누수 규모를 추정한 후 전체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건보공단 실사자료를 기반으로 한 거시적 추계 결과, 주상병만 포함할 경우 연평균 1484억원, 부상병 포함 시 2257억원의 재정누수 금액이 산출됐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 진료비를 기준으로 산재 은폐율을 적용, 정확하게 추계하면 연평균 최소 277억원에서 최대 767억원의 부당이득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시적 추계 결과, 주상병만 포함할 경우 연평균 2028억원, 부상병을 포함하면 3218억원의 재정누수 금액이 추산됐다.
결론적으로 산재 은폐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 금액은 연간 최소 277억원에서 최대 3218억원으로 추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비 심사와 지급, 건보공단 중심 변경
이번 연구에 따르면, 산업재해 조사표에 있는 명백한 산업재해임에도 요양신청서가 없는 재해에 대해서는 해당 부상 및 질병을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지 않고 건강보험 및 기타의 개별적 방법을 통해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재해자에 대한 정보를 건보공단과 연계한 후 건강보험을 이용한 경우 지급된 공단부담금에 대한 환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고용노동부-근로복지공단-건강보험공단의 자료 연계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에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조사표 정보를 보내주고 건보공단은 산업재해와 관련된 부상과 질병을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의료기관은 의료서비스 제공 후 환자의 가입보험 주체에 상관없이 국민건강보험(NHI) 또는 국민건강서비스(NHS)로 진료비를 청구하고 지급 받는다”며 건보공단의 산재보험 심사 및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진료비 정산은 보험자간 해결이 가능하고 의료기관은 환자 가입보험에 관계없이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건보공단 산재심사 및 지급은 은폐없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절차상 어려움 없이 투명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