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특별법' 제정 당위성 인정하지만…
전국의과대학교수協 세미나, 하위법령 개정·예산 책정 등 곳곳 '난관'
2016.01.29 20:00 댓글쓰기

"피교육자가 있으면 교육자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 지도전문의에 대한 보상 등은 차치하더라도 전공의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나 다름없는 교수들이 뒷전에 밀려있었다."


'가시밭길'과도 같은 전공의특별법. 이 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다소 불편하지만 교수와 전공의들이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수련개선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 회장 정훈용)가 29일 제주 핀크스클럽홀에서 2015년 정기세미나를 개최하고 '뜨거운 감자'인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의 장(場)을 마련했다.


수련환경이 훨씬 열악했던 수 십 년 전보다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볼 수 있지만 작금의 전공의들 울부짖음을 결코 외면해선 안 된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면서도 이 자리에서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은 전공의특별법 시행을 둘러싼 우려 등 수련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대전협 "진료과별 전공의 수련 표준화 방안 추진" 


예상대로 '수련'과 '교육'의 기로에서 양측의 시각차를 좁히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 보였다. 당위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그 방식을 둘러싼 입장은 정면 배치되기 때문일까.


지난해 12월 23일 통과된 전공의 수련환경개선 특별법이 전격 공포됐다. 법에 따르면 휴일은 월평균 주당 1일(24시간), 주당 최대 수련시간은 4주 평균 80시간을 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병원계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전공의특별법의 취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전공의만이 아니라 교수들의 개혁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교수들로선 불편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던 셈이다.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명지병원)은 "그 동안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묘책들이 지속적으로 제시된 것은 맞지만 전공의가 받아들이는 정책 실행은 사실상 더디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송 회장은 "전공의특별법이 공포된 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개선안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벌칙 조항 등 하위법령에 대한 정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회장은 "전공의특별법에 해당되는 사람이 전공의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두 다 같이 노력해야만 법에 맞는 지위 향상이 이뤄질 것이고 진정한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련평가모니터링위원회'가 본격 운영돼 의협, 병협, 전공의협을 주축으로 예산 책정 등 다양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질향상 분담금 등에 포함될지, 아니면 건강보험재정에 포함될지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조만간 각 진료과별 '전공의 수련 표준화' 추진도 대한의학회에 요구할 방침이다.

 

송 회장은 "각 기관별로 수련의 질적 차이가 너무도 크다. 어떤 곳에서 수련을 받더라도 공통의 역량 교육을 마쳐야 함에도 지금 현실은 너무나 판이하게 수준 차가 난다는 점"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수련 핵심에는 전공의만 있는게 아니라 교수도 있는데 논의 제외"


하지만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일부 교수들은 "전공의특별법이 갑자기 '뚝' 떨어진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의교협 정훈용 회장(서울아산병원)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정 회장은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교육자가 있다면 피교육자도 있다"며 "전공의특별법 시행과 관련된 정책 역시 변경, 적용될 수 있도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연구용역이 완료됐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수련병원마다 규모가 다르고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수련을 시킬 '능력'과 '책임'이 있는 병원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법이 마련된 것 자체로도 유의미하지만 법만 가지고는 수련환경 개선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다.


특히 정 회장은 "이제는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투입되느냐에 이목이 쏠릴 텐데 전공의들 수련환경을 위해선 현장에 있는 지도전문의도 함께 논의 선상에 있어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지도전문의 노력에 대한 보상 이야기는 회자된 적 있는가"라며 "이번 전공의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교수와 전공의가 가장 실질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함에도 제3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형국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파생될 부작용에 대한 경계의 시각도 드러났다.


서울아산병원 교육수련실장 심태선 교수는 "어떤 진료과 전공의 얘기를 빌리자면 본인도 하루 8시간 근무 후 곧바로 병원 문을 나서는 것에 대해 썩 내키지 않는다고 한다. 열악한 수련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부분 수련의 질 하락은 피할 수 없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교수들이 어떠한 변화 의지를 지니고 개혁을 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병원에서, 혹은 교육수련부에서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교수들이 나서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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