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오랜 염원이던 ‘전공의특별법(전공의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2월 22일 공포되면서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 년 전부터 머리를 맞대왔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규칙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전공의특별법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법안으로 자리잡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진료과별 전공의 수련 표준화 방안 추진”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전공의 특별법의 하위법령 제정 작업이 본격화 되고 있다.
하지만 예상대로‘수련’과‘교육’의 기로에서 각각의 입장에 따른 시각차를 좁히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당위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그 방식을 둘러싼 입장은 정면 배치되기 때문일까.
지난해 12월 23일 통과된 전공의 수련환경개선 특별법이 전격공포됐다. 법에 따르면 휴일은 월평균 주당 1일(24시간), 주당 최대 수련시간은 4주 평균 80시간을 넘지 않도록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명지병원)은 “그 동안 수련환경개선을 위한 묘책들이 지속적으로 제시된 것은 맞지만 전공의가 받아들이는 정책 실행은 사실상 더디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송 회장은“전공의특별법이 공포된 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개선안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대한 벌칙 조항 등 하위법령에 대한 정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회장은 “각 기관별로 수련의 질적 차이가 너무도 크다. 어떤 곳에서 수련을 받더라도 공통의 역량 교육을 마쳐야 함에도 지금 현실은 너무나 판이하게 수준 차가 난다는 점”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그는 “전공의특별법에 해당되는 사람이 전공의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두 다 같이 노력해야만 법에 맞는 지위 향상이 이뤄질 것이고 진정한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조만간 각 진료과별 ‘전공의 수련 표준화' 추진을 대한의학회에 요구할 방침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운영 방안 등 하부규정 TF 속도
최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특별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해 TF팀을구성하고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에 위원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복지부에는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과 임을기 의료자원정책과장, 의협은 상임이사회를 거쳐 現강청희 부회장과 김나영 학술이사가 참여한다.
의학회에서는 이수곤 부회장(연세의대), 박중신 수련교육이사(서울의대), 병협에서는 이혜란 부회장(한림의대)과 유희석 수련교육위원장(아주의대)이 참여할 것으로전해졌다.
전공의특별법의 당사자격인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는 송명제 회장, 이상형 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원 구성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전공의특별법 관련 하위법령제정에 있어 미묘한 신경전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실제 최근 진행된 하위법령 제정 관련 TF 회의에서 복지부는 2017년 이후 병원협회 병원신임실행위원회 업무를 모두 이관시키는 내용을 담은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현재 병원신임실행위원회 업무가 모두 정부로 이관될예정이다. 다만 2017년 하위법령 시행일 이전까지는 종전처럼병협에서 병원신임평가 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라는 뜻을내비친 것이다.
병원신임실행위원회는 수련병원 지정,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 수련병원 실태조사 등 전공의 수련환경과 관련해 핵심적인 역할을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병협은“병원신임실행위원회 업무가 모두 정부로 이관되면 병협은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이런 점을 고려해 하위법령 제정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단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의료정책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황으로 연구결과에 따라 병원신임실행위원회 업무의 대부분을 승계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을 어디에 둘지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이번 하위법령 제정 TF에서 ▲수련환경평가, 수련병원지정, 수련규칙 관련 사항을 논의(4월 28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관련 사항 논의(5월) ▲기타 전공의특별법 하위법령 관련사항 논의(6월) 및 각각의 과제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받고 7월 중에는 전공의 하위법령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 어떤 사안보다 시각차가 큰 의료질향상분담금 확대를 통한 지원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분담금은 선택진료비 개선 보상 방안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것인 만큼 수련환경 개선과는 별개로 확대 또는 연계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최종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교수들 "수련교육 당사자격 인데도 제3자 취급 당해" 불만
여기에 전공의특별법 취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전공의뿐만 아니라 교수들의 개혁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교수들로선 불편한 표정을 숨길수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일선 의과대학 교수들 사이에서는 “전공의특별법 하위법령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최일선 전공의 교육을 맡고 있음에도 배재돼 있다”며 불만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정훈용 회장은 지난 3월 제주에서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피교육자가 있으면 교육자도 있는 게 당연하다. 지도전문의에 대한 보상 등은 차치하더라도 전공의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나 다름없는 교수들이 뒷전에 밀려있다”고 지적했다.
전남의대교수협의회 한 교수도 “법이 마련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법만 갖고는 수련환경 개선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제는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투입되느냐에 이목이 쏠릴텐데 전공의들 수련환경을 위해서는 현장에 있는 지도전문의도함께 논의 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투입되느냐에 이목이 쏠릴 것이라는 점에서도 교수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도 소재 수련병원 한 교수는“전공의 수련은 일정 부분 국가 필요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전공의특별법도 그런 측면에서 제정됐기 때문에 보험재정 등을 통해 소요 재원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향후 수련병원 및 임상과, 전공의 간 의사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환기시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아산병원 심태선 교육수련실장은 “지도전문의 제도 유지 및 감독이 확실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공의 선발과 평가 등에 있어 외부 감독기관과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시밭길’과도 같은 전공의특별법. 이 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향후 모두가 만족하는 하위법령 제정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