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미국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던 간경화 환자가 국내에서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고 두 달 동안의 치료 끝에 건강을 회복해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해당 환자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병원 의료진이 우리나라 생체간이식 실력에 대한 믿음을 갖고 직접 부탁한 환자로 알려져 국내 의료가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수준임을 또 한 번 증명하게 됐다.
2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찰스 칼슨(47)씨가 2011년 건강 악화로 병원을 찾았다가 간경화와 골수 이형성 증후군을 차례로 진단 받았다.
골수 이형성 증후군은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혈소판, 백혈구 등 혈액세포가 줄어 면역기능 이상, 감염, 출혈을 일으킬 수 있고 만성 백혈병으로 진행되는 매우 위험 질환이다.
칼슨씨는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 골수 이형성 증후군 항암치료를 10회 이상 진행했지만 간 기능이 더 나빠져 더 이상 치료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간 질환 치료를 위해 미국 장기이식 네트워크(UNOS)에 뇌사자 간이식 대기자로 이름을 올려뒀다.
그러나 긴 대기 시간이 문제였다. 뇌사자 간이식을 받게 될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가운데 골수 이형성 증후군에 대한 항암 치료를 이어가지 못해 칼슨씨의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다.
칼슨씨가 다시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는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기증받는 생체간이식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생체 간이식 경험이 적은 미국의 모든 간이식센터에서는 동반된 골수질환 때문에 수술 후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수술을 꺼려했다.
그러던 중 재미교포로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 간을 전공하고 있는 교수가 칼슨씨에게 "생체간이식은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앞서 있다'며 서울아산병원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슨씨 역시 5000건 이상 세계 최다 생체간이식 기록뿐만 아니라 간이식 1년 생존율이 97%로 미국의 89%를 넘는다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의 실적을 찾아보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는 지난해 11월 초 홈페이지로 접수된 칼슨씨 진료기록과 검사 영상을 검토했다.
스탠포드 의료진 역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송기원 교수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환자를 부탁해왔다.
송 교수는 쉽지 않은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환자의 마지막 희망을 이대로 흘려보내게 할 수는 없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은 지난해 12월 칼슨씨 간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기증자는 부인(헤이디 칼슨 47세)이었다.
기증자에게는 최소 절개 기법을 이용해 복부에 10cm 정도의 작은 절개부위만 내어 흉터와 합병증 가능성을 최소화 했으며 아내의 간 62%를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절제했다는 설명이다.
칼슨씨는 "한국에서 입원생활을 했던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의료진 모두 힘써줬다"며 "평범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서울아산병원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간이식·간담도외과 송기원 교수는 "환자를 처음 의뢰 받았을 당시 간경화로 인해 복수가 많이 차 있었고 수차례 항암치료를 받아 많이 쇠약해진 상태여서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의사뿐만 아니라 중환자간호팀 등 간이식팀 의료진 전원이 환자 상태를 매일 공유하고 치료를 위해 함께 노력했다"며 "환자와 가족들의 도움도 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승규 석좌교수는 "뇌사자 간이식은 장기기증이 활발한 미국이 발전했지만 생체간이식은 우리나라 치료 실적이 월등해 해외 의학자들도 의술을 배우러 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생체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전 세계 환자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